⑪ 볼프 슈나이더 『위대한 패배자』
⑪ 볼프 슈나이더 『위대한 패배자』
  • 단대신문
  • 승인 2015.09.02 11:45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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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의 아픔을 견디는 힘이다

역사는 승리한 사람들이 만든 기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어떤가? 롬멜, 루이 16세, 체 게바라, 트로츠키, 오스카 와일드, 빈센트 반 고흐, 리처드 닉슨. 그들도 우리 인류에게 큰 발자취를 남기고 간 사람들이 아닌가? 승리자가 아니던가? 이 책의 저자, 볼프 슈나이더 씨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을 포함해 27명의 낯익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들을 ‘패배자‘라고 부른다. 기질적 원인, 행운의 부족, 혹은 능력의 부재일지 모르지만 아무튼 최종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사람들을 아울러 말하고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패배자들에게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마지막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지만 그 패배의 이면에서 복수를 하거나 비열한 번복을 시도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패배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자신들의 발자취로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해주거나 최소한 애잔함으로 보통사람에게 자기위안의 증거는 되었으니까.


롬멜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 역사적 승리를 거듭하지만 결국 히틀러의 광기에 쫓겨 패장의 멍에를 쓴다. 이어서 히틀러 암살 제안을 거부하고 결국 히틀러에게 죽음을 강요받아 사망에 이른다.


저자는 가장 최근의 위대한 패배자로 앨 고어 전 부통령을 꼽는다. 그는 고약한 미국식 선거제도와 재검표를 둘러싼 공화당 지지자들의 불법캠페인에 실질적 승리를 도둑맞았다.


하지만 그는 미국인의 단결을 위해 세계 최고 권력을 양보했고, 뒤안길로 스러져 갔다. 빈센트 반 고흐는 어땠는가? 살아서는 알콜 중독과 매독, 배고픔과 고독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그림은 생전에 한 점만 팔렸고, 모두 그와 삶의 끈이 닿는 걸 주저했다.


자신의 배에 총을 쏴 죽음에 이른 뒤 몇 년이 지나고부터 그는 주목을 받고, 지금은 그림 한 점이 1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고의 스타 화가가 되었다.


물론 패배만으로 인간적 좌절과 실수 모두에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어떤 역사적 고비에서 ‘결정권’을 가진 위치에 있는 인간은 그것이 실수이든 음모나 배신이든 결국 자신만이 아닌 다른 이에게 치명적 비극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들풀같은 숙명을 갖고 태어났어도 우리는 태어난 이유를 찾고, 이를 실현하려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패배한 이들에게 ‘연민’을 줄 수 있지만 ‘면책’은 줄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승리자로 가득 찬 세상보다 나쁜 것은 없다. 그나마 삶을 참을 만하게 만드는 것은 패배자들”일 수도 있는 것이다. 패배가 곧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과 범상함을 숙명처럼 안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젊음이라면 이들 ‘위대한 패배자’들을 살펴보자. 그들의 아픔을 음미하면서 이렇게 되새기는 거다.


“나는 어디든 쓸모가 있을 것이다. 내 속에는 무언가 꿈틀거린다. 과연 그게 무엇일까?” 고흐는 그 고민에서 시작해 불같은 열정을 불태웠고, 10년의 삶 속에서 8백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젊은 그대야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남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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