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다
나는 '나'다
  • 홍두희(커뮤니케이션·2)
  • 승인 2015.09.03 12:04
  • 호수 13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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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아직도 좋아하지만, 왜 좋아하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백지를 여러 색깔로 채워나갈 때,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 똑같은 것이 단 1장도 없다. 그런데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사람들은 항상 똑같은 말을 했다.

“대체 너 뭐 그린거니? 잘 그린 그림은 아닌 것 같아” 나는 남들처럼 꽃을 보고, 나무를 보고, 사람을 보고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단지 내 마음속 깊이 우러나온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남들에게는 형편없이 보였나보다. 이후로 나는 내가 그린 그림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결국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숨기려고 애썼고, 그림그리기를 그만두었다.

대학생이 된 지금, 나는 여가시간에 미술관을 자주 찾곤 한다. 그곳에 걸린 그림과 작품들을 보며 인생을 살아가는 길을 찾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 내 취미다. 하지만 지금 와서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으면, 내가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그렸던 그림과 유사하게 생긴 낙서 같은 그림들이 걸려있다. 우리는 그림 속에서 어떤 의미라는 답을 찾아내려고 한다. 마치 ‘잘 그린 그림’을 ‘잘 묘사된 그림’처럼 여기고 반응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같아야 잘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 누군가 아무렇게 낙서한 그림을 보면 못 그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림은 그림일 뿐이지 어떤 의미가 있는 문자가 아니며,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유명한 현대 화가들도 어떤 답을 정해놓고 그리지 않았다. 그림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창의적인 사람들은 남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났다. 우리 20대들의 생활도 돌아보면,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20대 대학생이라는 백지를 가지고, 이런 저런 경험이라는 색깔을 채우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답이 있는 것 마냥, 우리들을 보며 말한다. “대체 너 뭐 하는거니?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면 안 되지” 이제 다음과 같이 답했으면 한다. “단지 나는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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