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여기는 DMZ
북한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여기는 DMZ
  • 김채은 기자
  • 승인 2015.09.08 17:33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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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곳, 파주 비무장지대(DMZ)

“통일, ‘이뤄질 수 없는 사실’ 아닌 ‘해낼 수 있는 사건’”

#1 파주 비무장지대(DMZ)를 다녀오다
지난 7월 27일 남북한이 휴전협정을 맺은 지 62주년이 됐다. 역사의 흔적을 되짚고자 다음날인 28일 파주 비무장지대(DMZ)를 다녀오기로 했다. 새벽 4시, 휘몰며 내리는 비 때문에 이른 시각 잠에서 깼다. 휴전으로 인해 두 땅으로 갈려버린 한반도의 슬픔을 의미하는지 하염없이 내리는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자의 집과 비무장지대는 단 30분 내외다. 하지만 DMZ를 가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루에 단 두 번 운행되는 ‘평화열차 DMZ TRAIN’을 놓칠세라 이른 아침 문산역으로 향했다. 
문산역에 도착한 후, 매표소에서 도라산역행 열차승차권을 구매했다. 민북지역 출입규정으로 승차권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도라산역 출입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단 두 번만 운행되는 시스템으로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왕복으로 구매해야 한다.
더불어 비무장지대는 승용차의 출입과 개별관광은 제한된다. 관람을 위해서는 파주시의 ‘DMZ 안보연계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도라산역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 관람이 이루어지는데, 여행코스는 ‘도라산역-도라 전망대-제3땅굴-도라산 평화공원’으로 구성되며 약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2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 도라산역
‘도라산역행 열차 들어옵니다!’ 열차 시간이 다가오자 통제경찰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열차에 올라타자 열차승무원의 첫 번째 검문이 진행된다. 매표소에서 작성한 출입 신청서와 신분증 확인이 끝나야 비로소 지정된 좌석에 앉는다.
기차에 들어서니 알록달록 바람개비 무늬의 의자가 눈에 띈다. 승무원에게 직접 사연과 노래도 신청할 수 있고, 작은 매점도 갖춰져 있어 엄숙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관광지의 면모도 엿보인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한쪽에 DMZ 풍경이 그려져있는 엽서도 보인다. 엽서를 한 장 가져와 생각나는 사람을 떠올리며 마음을 전해본다.
옆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가 “혼자 왔어 학생?”이라며 말을 건네신다. “어린 아가씨가 혼자 이런 데도 오고 기특하네” 할아버지는 전쟁을 겪으신 세대이다. 북쪽에 계신 부모님이 그리워 자주 오신다고 하셨다. 교과서나 미디어 매체가 아니라 직접 남북의 역사에 대해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할아버지와 한참의 얘기를 나누던 중 임진각역에서 열차가 멈췄다. “승객 여러분 임진각역에서 신분 검사가 있을 예정이오니 모두 내려주십시오”
임진각 역에 내려 두 번째 검문이 진행된다. 신분검사가 끝나자 DMZ 출입증을 받는다.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려는 사람들의 모든 확인절차가 끝난 후에야 다시 열차에 탈 수 있었다. 열차는 다시 도라산역을 향해 달려간다.
“이번 역은 남한의 마지막 역 도라산, 도라산역입니다” 남한의 마지막 역이라고 하니 마음 한편이 아리다. 도라산역에 도착 후, 마지막 검문이 이뤄진다. 민통선 북방지역으로 가기 위한 절차는 길고도 험하다.
도라산역 내부에 들어서니 남북출입사무소와 개성·평양행 표지판이 보인다. 도라산역은 통일 이후 평양으로 가는 경의선 철로를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통일된다면 부산에서 유럽까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38선이 버티고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3 드디어 도착한 비무장지대
세 번의 검문 끝에 도착한 비무장지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특히 백발의 노인이 인상 깊다. 서투른 한국말 탓에 셔틀버스표를 구매하지 못해 기자가 표를 구매해드린다. 할머니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어 휠체어를 타고 계셨는데 땡큐를 연발하며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죽기 전 한국에 와보고 싶었다”는 할머니의 한마디에 코끝이 찡하다.
셔틀버스를 타고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북한의 전경을 훤히 볼 수 있는 ‘도라전망대’이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어 북한의 선전마을, 농토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며 덧붙여 “망원경을 통해 볼 때는 개성 시가지 일부 및 개성 공단과 김일성 동상까지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기대감에 부푼 기자는 15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자 전망대로 달려간다. 500원을 내고 망원경을 통해 내다본 북한은 가까운듯하지만 멀게 느껴진다.
자유시간이 끝나고 통일촌 휴게실에서 가진 점심시간. 잡채, 제육볶음, 된장찌개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뷔페다. 먹을 만큼의 음식을 담고 자리에 앉는다. 묵묵히 밥을 먹고 있던 기자에게 한 할머니가 “아가씨, 된장찌개가 참 맛있제?”라고 먼저 말을 건넨다. “여기 된장찌개는 언제 먹어도 맛난당께”라는 말에 DMZ 방문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라도 출신의 할머니는 전쟁세대를 겪은 사람들과 역사동아리를 만들어 6개월에 한 번씩 비무장지대를 방문한다고 한다. “내가 14살 때 전쟁이 터졌는데, 부모님께서 소금이랑 쌀을 머리에 이어주며 먼저 피신하라고 하셨어. 그땐 어리니까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했고… 그게 부모님과의 마지막 추억이야…”라며 조심스레 옛 이야기를 꺼낸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기자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겪었을 슬픔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하늘엔 일곱 가지 각각의 색깔이 선명한 무지개가 떠 있고, 나무엔 곱게 이슬이 맺혀있다. 비가 온 후엔 무지개가 뜨듯이 할머니의 아픔이 하나의 추억으로 승화되길 바랄 뿐이다.
이어 세 번째 코스인 ‘제3 땅굴’로 향한다. 제3 땅굴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침투한 땅굴로, 미니 열차형의 셔틀 승강기(모노레일)가 설치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소지품을 모두 보관함에 넣고, 지급된 헬멧을 쓴 후 ‘평화호’에 올라탄다. 땅굴에 진입할수록 북한이 침범했던 흔적이 보여 안타깝다. 땅굴 가이드는 “현재 4개의 땅굴을 발견했다. 어디서 또 땅굴이 발견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같은 한반도 아래이지만,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느새 마지막 코스인 도라산 평화공원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다른 코스와는 달리 주의를 요한다. 아직 북한군의 지뢰 70여만 발이 제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원은 새소리로 가득 차 평화로운 듯 하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보이는 철조망은 두 땅으로 갈린 한반도의 현실을 실감하게 해준다. 더불어 공원 안에 있는 통일 염원 조형물들과 철조망에 묶여있는 리본들은 많은 생각을 나게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분 나쁘지 않은 바람이 마지막 길을 안내하며 DMZ 안보연계견학 프로그램이 끝이 난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2시간 30여분이었다.

#4 집으로 돌아가는 길
파주 비무장지대 관람이 모두 끝이 났지만, 배불리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듯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참으로 애통하다. 이제야 열차 안 할머니, 할아버지의 한숨이 이해된다.
도라산 평화공원에서 나오는 길,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이 해가 쨍쨍하게 내리쬔다. 햇빛은 마치 저 멀리 북쪽과 남한을 이어주는 계단 같다. 아침과 사뭇 다른 날씨에 왠지 모른 희망이 보인다. 이제는 ‘통일’을 ‘이뤄질 수 없는 사실’이라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닌 ‘해낼 수 있는 사건’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북한의 ‘도발’, 남한의 ‘대응’이 아닌 ‘협력’과 ‘교류’로 뭉치는 한반도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파주 비무장지대(DMZ) 가는 법
문산역에서 도라산역으로 가는 경의선을 이용하면 파주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해 문산역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문산행 전철을 타거나 서울역에서 문산행 경의선을 타는 것이다.
도라산역은 남한 최북단에 건설된 역으로, 임진강역에서 출입신청과 연계관광 신청이 이뤄진 후 비무장지대에 출입할 수 있다. 신분증 지참은 필수.

 

▲ 도라전망대
▲ 통일염원동상
▲ ‘평화열차 DMZ TRAIN’ 내부
▲ 비무장지대임을 알리는 DMZ 간판

김채은 기자
김채은 기자

 3214124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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