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다양한 평가와 해설, 전문성으로 로봇 저널리즘 극복해야
깊이 있는 다양한 평가와 해설, 전문성으로 로봇 저널리즘 극복해야
  • 윤영빈 기자
  • 승인 2015.09.09 12:59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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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양을 선발로 앞세운 NC는 3일 열린 2015 한국 프로야구 허준혁이 나선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15:4로 대승하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NC는 모든 타자가 고른 활약을 보여주며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지난 3일 프로야구 두산 대 NC의 경기 결과 기사다.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지만 기사의 끝엔 바이라인(by-line: 기사 끝에 명시하는 기자의 이름)이 없다. 서울대 이준환(언론정보)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야구 뉴스로봇’이 작성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정보를 입력하면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 저널리즘’은 이미 외국에선 실제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AP통신은 기업의 실적발표 정보, 경제기사 등을 모두 로봇이 작성하고 있어 초당 9.5개의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일반인은 로봇이 쓴 기사와 인간이 쓴 기사의 차이를 못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로봇 저널리즘 시대에 인간 기자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단대신문 기자로 임하며 오보를 냈던 경험이 있기에 이러한 시대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실수가 잦은 인간 기자를 대체할 ‘완벽한’ 로봇 기자가 나왔을 때 과연 인간 기자가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춰 설 수 있을까?


기자는 이 질문의 해답을 마르크스의 역사관에서 찾았다. ‘역사는 주관 없이 있는 사실로서 기록돼야 한다’는 랑케의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역사는 당시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록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봇 저널리즘은 입력된 정보의 매끄러운 전달만 있을 뿐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식견도, 발전의 방향도 없다.


신문에선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논평’과 같은 다양한 식견을 제시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다. 어떤 사건에 대해 역사적 맥락과 사회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보도하는 것은 아직까진 ‘인간 기자’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것이 곧 경쟁력이다.


매번 신문을 내고 난 뒤 평가를 할 때 기자들은 다방면에서 다루지 못한 점들을 아쉬워한다. ‘학생이나 교직원의 의견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최근 경향과 접목시켜 다뤘으면 더 다양한 의견이 나왔을 것 같다’와 같은 반성이 주를 이룬다. 사건을 다각도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기자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다가오는 로봇 저널리즘 시대에 대적하는 무기다. 여기에 취재와 기사작성의 과정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방향감각을 키우는 훈련의 연속이다.


단대신문 기자로서 사실 전달은 물론 학내 구성원에게 다양한 견문을 전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자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또한 독자가 다양한 관점에서 학교를 바라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발로 뛸 것이다. 그러니 기사 쓰는 로봇이 나와도 계속 인간 기자를 찾아주길 바란다.
 

윤영빈 기자
윤영빈 기자

 321225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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