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보호를 위한 노키즈존
아이들 보호를 위한 노키즈존
  • 김언조 (교육대학원) 교수
  • 승인 2015.09.09 18:44
  • 호수 13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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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어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노키즈존’이란 특정 공공장소, 예를 들어서 고급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만 7세 이하의 미취학 아동에 대해 출입을 제한하고자하는 경향이다. 불과 10여년 전에 놀이방과 수유실을 마련해 가족 단위의 고객을 유치하고자하는 트랜드와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15여년 전부터 영국에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는 유모차가 타기 쉽게 버스 턱을 낮추고 탑승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와도 정반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세 부류의 입장 차이를 통해 이 문제를 잠시 생각해보자.


첫째는 노키즈존을 주장하는 업주의 입장이다. 공공시설에서 미취학 아동의 안전사고 이후 일련의 법적 공방의 최종판결에 대한 업주들의 대응이라 볼 수 있다. 발단이 되었던 사건으로, 2011년 한 어린이가 식당에서 화상을 입게 되었을 때, 법은 부모의 책임이 30%라고 판결했다. 업주가 아이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70%의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저출산 시대의 산물로서, 7세 미만 아동의 부모가 고객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에 대한 업주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


둘째는 아이들을 동반하거나 영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유명카페나 음식점에서는 문전박대당하는 당사자들에게 노키즈존은 심각한 이슈일 것이다. 더구나 육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육아가 사회에서 불이익이 된다는 신세대의 피해의식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오히려 육아를 책임지는 부모의 입장이 제도적으로 고려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는 바뀌어야 한다. 인권단체에서도 노키즈존은 아동과 영아에 대한 차별주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키즈존은 육아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아동의 공공 생활지도에 대한 개념 없는 부모를 향한 공공예절 캠페인으로 보기에는 비민주적이고 적극적으로 자본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는 듯하다.
 

세 번째 입장은 아이들의 돌출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를 바라보는 입장으로 ‘타인’이라고 이름 붙여진 불특정 다수이다. 이들은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권리를 극대화하려는 업주의 노력을 환영하는 입장일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조용하고도 단호한 통제 요령을 터득하지 못한 부모나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아동을 바라보는 것은 이들에게는 불편한 일이다. 불편한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사회적 소수인원에 대한 차별로 확산되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편을 들어준다면 저출산 시대에 육아에 대한 전체적인 사회적 책임분담의 길이 묘연해질 것이다.


세 부류의 입장차를 고려한다면 노키즈존은 인종차별(Raicism)만큼이나 특정 소수의 사회구성원을 배제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사회전체가 포용하고 수용해야하는 특정 소수를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제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약 노키즈존의 의미와 목적이 아이들의 보호를 우선시하는데 있다면,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즉, 술집,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영화, 드레스 코드가 있는 식당의 경우 아이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보호하고자하는 의도에서 아동의 출입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개념이 우선적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와 목적에 진정성이 있다면 아이들을 제한하는 구역이 아이들 보호구역이 될 것이다.

김언조 (교육대학원) 교수
김언조 (교육대학원)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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