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비행장 문제해결을 위한 첫 단추
군 비행장 문제해결을 위한 첫 단추
  • 분쟁해결연구센터
  • 승인 2015.09.10 11:27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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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군 공항 이전사업

 

 얼마 전 일어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 사건과 그에 이은 일련의 긴장국면은 남·북간의 첨예한 긴장상태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북한이라는 존재는 우리사회에 잠복해 있는 갈등을 억제하는 측면이 있었고 군부인사들이 주축이 되었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는 이러한 갈등 중에서도 특히 군에 관한 문제는 불가침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고 군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위상이 서서히 약화됨에 따라 군과 사회의 관계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군과 관련된 공공갈등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군 기지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은 전략적 이유로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이 반발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기지이지만 도시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많은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게되는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음이라는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군 공항 문제는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대구, 광주, 수원 등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군 공항의 경우 당초 도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소음과 관련된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주민들의 생활권과 맞닿게 되었고 따라서 주민들의 불만도 점차 증가했다는 배경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 대법원이 군부대 인근지역 주민들이 제기한 소음문제에 대해 잇달아 원고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부터 문제제기는 본격화되었고 배상금액도 점점 증가해 2012년까지 약 4천80억원을 지급하게 됨에 따라 정부도 도심지에 위치한 군 공항 이전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2013년 제정된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새로운 공항의 건설, 새로운 공항 건설지역 인근 주민에 대한 지원사업, 기존부지에 대한 활용방안 등을 담고 있다. 대도시 중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이 수원시이다. 수원시와 국방부, 공군본부 등은 2014년 6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를 진행해 11월 이전 계획을 최종 의결했고 2015년 5월 수원시가 제출한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가 ‘적정’판정을 내림에 따라 군 공항 이전문제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그러나 수원 군 공항의 이전 지역을 국방부가 경기도 남부 10개 지자체로 못 박음에 따라 이들 지역이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화성시의회는 이전 계획이 확정되기 전인 2월에 이미 시의회에서 이전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며 반대에 들어갔고 여주시 역시 능서면 소재 공군사격장으로 인해 오랫동안 소음피해를 받아왔다며 반발했다. 국방부는 올해 하반기 안으로 후보지를 2~3곳으로 압축해 발표할 예정이지만 후보지 선정절차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별법 제8조에는 이전부지로 선정된 지역에 대해 주민투표를 ‘요구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국방부는 ‘요구해야 한다’라고 하는 등 미묘한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같은 법에 ‘지방자치단체 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하여 국방부 장관에게 군 공항 이전 유치를 신청한다’는 조항이 존재하지만 경주 방폐장 유치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치단체가 시설유치에 찬성 할 경우 주민투표는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자치단체가 앞다퉈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이 사례에서는 주민투표가 오히려 각 지자체의 반대 입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즉, 군 공항이 수원을 떠나는 것까지는 결정됐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잡한 안보환경에 둘러 쌓여있는 우리나라에게 있어 첨단군의 핵심인 공군기지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주민들에게 더 이상 인내를 강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있는 만큼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 수원에서부터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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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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