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 사랑의 가치를 품은 웃음과 눈물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 사랑의 가치를 품은 웃음과 눈물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5.09.15 11:23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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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12

코미디 창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3년 만에 돌아왔다. <김종욱 찾기> 연출가로 유명한 장유정 씨가 메가폰을 잡았다. 3년 만에 재 공연되는 뮤지컬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배꼽 잡고 웃다가도 가슴 먹먹한 감동을 주는 것이 한국 뮤지컬의 공식이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이 공식에 충실했고, 튼튼한 짜임새에 높은 완성도까지 더한 작품이라 감히 평해본다.

당장 귀신이라도 나올법한 무서운 배경음악이 깔리고 배우는 목청껏 대사를 외친다. “말 한번 걸어줄 벗도 없이 그 먼 황천길 어이 가시나. 손 한번 잡아줄 벗도 없이 그 험한 북망산 어이 오르나” 공연장 내에 퍼지는 웅장한 음향은 관객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준다. 잠시 코미디 뮤지컬이란 장르가 의심된다. 하지만 극이 전개되자 이런 의문은 사라진다.

근본 있는 안동 이 씨 가문의 근본 없는 형제 석봉과 주봉. 형제는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오해한다. 아버지를 원망해 지난 3년 동안 고향에 발길을 끊은 형제가 장례에 나타나지 않자 종갓집 어른들이 모여 노래를 부른다. 노랫말에 그들의 화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는데, 관객 입장에선 지극히 희극적이며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엄격한 종갓집 어른들이 보여주는 뜻밖의 코믹함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공연 후에도 계속 읊조리게 된다.

1부의 또 다른 웃음 포인트는 두 형제의 싸움이다. 엄청난 허풍의 소유자, 우유부단함의 끝판왕인 형 석봉. 명문대를 졸업한 고집쟁이, 사실상 백수인 동생 주봉. 상중에도 티격태격 다투기 바쁜 형제. 그런 형제에게 어느 날 뛰어난 미모의 법률사무소 사무원 오로라가 찾아온다. 그녀는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로또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형제는 로또와 오로라를 차지하기 위해 온 집안을 뒤지는데, 그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1부는 정신없이 웃다가 막을 내린다.

2부를 보기 전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꼭 당부하고 싶다. 공들인 화장이 지워지길 원치 않는다면 손에 꼭 휴지를 쥐고 있을 것. 2부는 제목대로 찌질한 형제가 용감해지는 과정을 그린다. 형제는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과 아버지의 참모습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거두는 형제의 대화와 극장 가득 메운 잔잔한 음악 사이 관객들의 훌쩍임이 섞여 들린다.

물론 사랑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사랑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다. 세상을 떠났어도 남는 가치,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사랑의 가치를 형제를 통해 설명했고, 관객들은 석봉과 주봉이 되어 먹먹한 울림을 느꼈다. 마냥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닌 한국 정서에 맞는 효를 내세워 감동까지 전한 작품.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거나 심지어는 혼자 보는 것조차도 추천한다. 화끈한 웃음과 뜨거운 감동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뮤지컬, 놓치지 말길. 오는 11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상영시간 140분.

김수민 기자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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