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정책’에 대한 단상
‘3무정책’에 대한 단상
  • 박정규 (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5.09.15 18:56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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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학생이던 시절, 왜 모든 과목마다 출결 상황을 점검하는지 불만이었던 적이 있었다. 또 시험 때만 되면 왜 항상 감독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나 의아하게 여겼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시험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하게 나와서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담당 교수를 술안주로 삼았던 적도 꽤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을 가르치는 처지가 되면서, 이들 세 가지 불만 중 앞의 두 가지 불만은 필자가 학생이던 당시 학생의 입장에서만 품었던 일방적인 불만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즉 출결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험 시간 또한 감독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함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출결 상황을 항상 점검해야 하는 이유로는, 한참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 수강 신청을 해서 수업에 참여할 권리를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때나 불쑥불쑥 강의실에 들어와 수업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고, 시험 때 감독이 필요한 것은, 학생들의 부정 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시험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라도 시험 시간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수에 적절하게 대처할 책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부 학생들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라도, 그것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여 대다수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출결 상황을 점검하고 시험 진행을 관리 감독할 책임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학생을 가르치는 처지라 해도, 학생 시절 품었던 세 가지 불만 중에서 세 번째 항목인 성적 부여의 문제는 지금도 매 학기마다 난감함을 느낀다. 학기가 끝나고 성적을 산출할 때마다,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B’ 학점이 적당한 학생에게 ‘C’ 학점을 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한, 두 명 정도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즉 거의 매 학기마다 상대 평가제의 문제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전면적인 절대 평가제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기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반대의 경우 또한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즉 절대 평가의 기준으로는 ‘C’ 학점이 부여되어야 하나 ‘B’ 학점이 부여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전공의 차이라든가 학생 취향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절대적 기준을 고집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는 학생들에게 상대 평가제가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지금도 성적 부여의 문제만큼은 어느 방식이 더 좋다고 단호하게 주장을 할 수가 없다. 과목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어느 것이 더 학생들을 위하는 방식인가를 숙고하여, 합리적인 방식을 도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밖에 달리 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에 K대학의 신임 총장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출석부와 상대 평가, 시험 감독 등 3가지를 없애, 대학에서 자유혼을 되살려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길러내겠다면서 야심차게 ‘3무 정책’을 주창한 것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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