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적응의 경계에서
망각과 적응의 경계에서
  • 권혜진 기자
  • 승인 2015.09.15 18:56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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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때, 우리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라고 핑계 삼아 말하곤 한다. 인간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뭔가를 받아들일 때 어려움을 느낀다. 이는 절대 새로운 것이 못나거나 기존의 것이 지나치게 훌륭해서가 아니다. 역사인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기 때문에, 익숙함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기가 두려울 뿐이다.

기자가 몸담고 있는 단대신문사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퇴임을 맞이한 선배 기자들이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나아가고, 새로운 편집장과 부장이 부임했다. 사실 단대신문의 변화는 이번에 처음 겪은 것이 아니다. 매학기 새로운 수습기자들이 들어오고, 개중 신문사에 적응하지 못한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그만두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앞으로 저 빈자리를 어떻게 감당하지’라는 의문을 갖지만, 금세 적응을 마치고 다음 신문을 걱정하는 기자들을 볼 때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자 망각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러나 우린 결코 과거를 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밟아가는 것일 뿐이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를 더 바람직하게 꾸려나갈 수 있으며, 새로운 미래를 마음껏 그려볼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삶과 역사 사이의 새로운 관계방식을 고안한다’라는 말을 했던 니체 역시 인간의 삶에서 지나간 역사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과거와 현재가 개별적인 것이 아닌 하나라는 인식이 인간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행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실패한 과거로 남게 될까 두려워 새로운 도전을 꺼리는 현대인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지레 겁을 먹고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부족함은 되짚어보고 좋은 사례는 되새기며 현재와 미래를 좀 더 밝게 꾸리기 위함이다.

인간의 삶에는 그 발자취가 담긴 역사가 있다. 지금 기자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조차 과거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그 과거에 얽매여서도, 완전히 잊어서도 안 된다. 과거에 얽매인다면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과 난처함을 겪게 될 것이며, 완전히 망각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대신문사가 앞으로 퇴임기자와 수습기자를 맞이할 때 겪게 될 어려움과 고민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다.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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