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4도의 마음을 덥혀줄 ‘사랑’
영하 14도의 마음을 덥혀줄 ‘사랑’
  • 승인 2015.09.16 00:14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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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의 지하철은 항상 붐빈다. 승객들의 얼굴은 전날의 피곤이 가시지 않은 듯 회색빛으로 물들어있다. 뒤섞인 체취와 특유의 탁한 공기. 빠르고 힘차게 달리는 열차와 대조된, 시들시들한 내부 분위기. 어느덧 종점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물밀 듯이 떠밀려간다. 순간 찰나의 활기가 돌지만 그것도 잠시, 곧 무거운 발걸음으로 각자의 삶의 터전을 향해 흩어진다. 대한민국의 아침은 확실히 지쳐 있다.


이달 초에 한 아웃도어 업체에서 한국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마음 온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인들의 심리적 체감온도는 ‘영하 14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78.1%가 계절적 추위보다 심리적 추위가 더 힘들다고 답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그중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마음 온도는 영하 17도로 응답 그룹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개인주의, 경제 불황, 실업문제 등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의 심각성이 새삼 와 닿았다. 무엇보다도 ‘경제 불황’이 낮은 마음 온도의 주 원인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이는 결국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사랑 역시 상품화하기에 급급했다. 매스컴에서 언급되는 사랑은 곧 성(性)과 쾌락을 뜻하며, 연인이나 부부 간의 이야기는 ‘자극적인 썰’로 희화화된다. 자신의 성욕을 솔직하게 어필할수록 미디어 상에선 매력적인 캐릭터로 비춰진다. ‘영하 14도’의 사랑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었다. 이처럼 ‘돈’을 행복의 척도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이 과연 마음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국어사전에 따른 사랑의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또한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은 양 쪽에서 태양을 느끼는 것이다’라는 명언도 있다. 메마른 우리 사회에서 감히 사랑에 대해 논하는 건 사치로 느껴질 수도 있으나, 장담하건데 이 세상에서 따뜻한 천국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사랑뿐이다. 바쁠수록, 힘들수록 사랑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환경을, 위치를,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아끼고 귀중히 여긴다면 세상 풍파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가족과 연인, 친구에 대한 사랑은 소중한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행복은 돈이 아닌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이 곧 사랑이란 사실이 곧 삶의 진리다. 만약 자신의 삶이 우울하다면 어서 빨리 사랑할 대상을 찾아라. 그 대상은 사람이든, 환경이든,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다시 지하철을 탔다. 똑같은 오전 9시, 여전히 지친 표정으로 지정된 노선을 달리고 있지만 어딘가 색다르다. 답답한 회색 열차 안으로 한 줄기의 햇살이 들어온다. 경제 불황이 무색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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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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