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꽃피운 단국의 따뜻한 마음
라오스에 꽃피운 단국의 따뜻한 마음
  • 단대신문
  • 승인 2015.09.16 00:16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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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여름방학 중 8박 10일(7월 14~24일) 동안 라오스에 파견된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 해외봉사단 43명. 이들은 과학, 미술, 수학, 체육 과목의 네 분과를 나눠 ‘타낙 초등학교’와 ‘나파숙 초등학교’에서 교육봉사를 진행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작렬하는 태양도 잠시 잊을 만큼 뜻 깊은 경험을 했던 그들을 따라 ‘1일 교육봉사’를 체험해봤다.  <필자 주>

 

#1 유난히 힘겨운 아침
라오스에 비가 온다. 비가 오면 비교적 선선해서 봉사하기엔 좋다고 한다. 전날 밤에 손빨래해서 널어놓은 봉사단원 단체 티셔츠를 챙겨 입고, 졸린 눈을 힘겹게 뜨며 방문에 나선다. 오전 7시의 준비운동 시간. 피곤에 절어 있는 봉사단원들의 얼굴에선 첫날의 쌩쌩함을 찾아볼 수 없다. 개중에는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운 날씨와 빡빡한 수업 일정으로 체력소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라오스에 온지 4일, 교육 봉사로는 겨우 3일차에 접어들었지만 왠지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침밥을 단단히 챙겨먹고 간단한 준비를 마친 후, 타낙 초등학교로 가는 버스 쪽에 탑승한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특별한 날이다. 본래 사진 촬영과 교지 제작의 역할로 봉사단에 합류했지만, 주최 측의 배려로 ‘1일 교육봉사 체험’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날 회의를 통해 오전엔 타냑 초등학교의 체육 팀 ‘힘내라오’, 오후엔 나파숙 초등학교의 미술 팀 ‘웅봉단이 떴다’에 합류하기로 했다.


오전 8시 20분이 되자 다들 분주히 준비했던 교구와 약품 등을 이동차량에 싣는다. 한국에서 교안을 짜고 3차 시연회까지 진행했지만, 현지 아이들에게 적용할 때 변수가 많아 봉사단원들은 매일 밤 준비했던 교안과 교구들을 현지 상황에 맞게 수정한다. 전날 밤잠을 줄여가며 만든 교구를 옮기는 이때부터 봉사단원들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한다.

 

#2 장난꾸러기들의 집합소, 타낙 초등학교
비가 와서 질척한 땅바닥을 힘겹게 구르던 버스가 이윽고 멈춘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쨍한 하늘 아래, 생기발랄한 아이들이 맑은 눈으로 봉사단원들을 맞이한다.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막 교정에 들어서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까무잡잡한 피부, 쌍커풀 진 큰 눈, 구멍 나거나 허름한 옷차림, 간간히 보이는 맨발, 형이나 누나 손을 꼭 잡고 있는 매우 작은 꼬마들…. 아이들의 순수함과 친화력에 자연스럽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개구쟁이들이 목이나 등, 팔에 대롱대롱 매달릴 때면 봉사단원들은 힘겨워 하면서도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신나게 운동장을 뛰놀던 아이들이 뿔뿔이 교실로 흩어진다. 1반부터 4반까지, 나이가 어린 아이들 순으로 학급이 배정돼 있다. 기자가 합류한 체육 팀 ‘힘내라오’의 첫 수업은 1반이다. 유아부터 저학년까지 속해있는 1반은 모든 봉사단원들이 가장 어려워한다.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제각각이라 돌발 상황 등의 변수가 많고, 학습이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원들이 구사하는 영어를 듣고 현지 코디가 라오스어로 전달하는 2중 번역 시스템의 한계 또한 1반에선 유독 크게 느껴진다.


기존 계획은 운동장에서 다 같이 축구를 하는 것이었지만, 쉽사리 합류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봉사단원들은 ‘멘붕’에 빠진다. 하지만 이내 풍선 던지기, 율동 등 다른 수업 아이템을 꺼내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첫날 1반의 수업을 진행했을 때 큰 난항을 겪고 팀원들끼리 계속해서 대처방안을 모색한 결과다. 수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2~4반으로 넘어갈수록 안정적이게 진행된다.


2차례의 수업이 정신없이 끝나고 어느새 점심시간. 땀범벅이 된 얼굴을 수건으로 닦고, 그새 친해진 몇몇 아이들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며 버스에 탑승한다.


#3 꽃망울 같던, 나파숙 초등학교

점심을 먹고 나파숙 초등학교로 이동한다. 짓궂은 타낙 초등학교와 아이들과는 달리, 나파숙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순하고 얌전한 편이다. 들판에서 봉사단원들에게 풀밭에서 꺾어온 꽃들을 수줍게 건네기도 하고, 교구로 가져온 별 모양의 스티커를 스스럼없이 얼굴에 붙여주기도 한다. 또한 타낙초등학교에 비해 학교 규모도, 아이들 체구도 확연히 작다.


미술 분과라 그런지 ‘웅봉단이 떴다!’ 팀은 유독 교구가 많다. 이번 수업시간에는 플라스틱 컵을 활용한 문어발 장난감을 만든다고 한다. 컵의 입구를 문어발마냥 자르고 사인펜으로 꾸민다. 문어모양의 컵 중앙에 길게 늘어뜨린 털실 방울을 달아, 털실 방울을 던지면 ‘문어 컵’ 안에 쏙 들어가게끔 준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런 만들기 수업은 아이들의 집중과 호응을 잘 끌어낼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손이 유독 많이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미술 팀의 수업이 더 벅차다. 아이들이 라오스어로 질문을 할 때마다 원하는 답변을 할 수 없어 답답하고,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면 마음에 안 들까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1일 수업참관인데도 이렇게 버거운데, 수업이 끝난 후에도 지치지 않고 아이들과 어우러져 장난치는 봉사단원들을 보며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모든 수업이 끝나 숙소로 돌아갈 시간.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에 미처 아이들과 제대로 된 말 한마디 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쉽다. 하지만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남은 날들은 좀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전쟁과도 같던 시간들이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쉬움만 남는다.

#4

1일 체험이 끝나고 저녁식사 후에 잠시 쉬는 시간의 짬이 생겼다.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와, 직접 체험해본 교육봉사는 확연히 달랐다. 학생기자가 아닌, 해외봉사단 단원의 신분에서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내 어떤 역할으로라도 라오스 해외봉사에 함께 임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 체험했던 봉사는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자 길게만 느껴졌던 라오스에서의 일정이,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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