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리브로!⑬ 정유정,『7년의 밤』
비바, 리브로!⑬ 정유정,『7년의 밤』
  • 단대신문
  • 승인 2015.09.16 00:19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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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최현수, 의사 오영제의 뒤에 숨은 삶의 진실을 찾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진실을 쓰고 있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과연 진실이라 할 수 있을까?”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도 그런 고민을 한 것 일까. 가만 보면 그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소설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듯하다. 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바로 이 ‘그러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되지 않은, 혹은 이야기 할 수 없는 ‘어떤 세계’. 불편하고 혼란스럽지만 우리가 한사코 들여다봐야 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왜 그래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러나’를 피해갈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7년의 밤』작가의 말 중)


나는 정유정 작가의 이 말이 사실이고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7년의 밤』은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설 『7년의 밤』이 갖고 있는 미덕은 그 서사가 읽는 이에게 너무도 사실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S시’를 내려다보는 ‘세령댐’과 그 발밑의 ‘세령마을’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시종일관 인생처럼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이를 배경으로 실패한 투수 출신의 최현수와 그 남자의 가정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 대척점에 있는 의사이자 세령농원의 주인인 오영제와 그의 가정. 그들은 안개로 악연을 맺는다. 7년 전에 일어난 죽음 이후 벌어지는 그 무서운 이야기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사형으로 삶을 마감하려는 이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진실을 풀어가는 게 이 소설의 기초이다.


단순하게 보면 이 소설은 장르문학들이 갖는 강점을 차용하고 있다. 아니 정유정 작가는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강한 캐릭터와 강한 이야기, 문장마저도 강하게 독자들을 밀어붙인다. 이거 스릴러구만, 하는 식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 사실만 보고 진실은 놓치는 격이다.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 공간과 인물의 캐릭터가 마치 그림으로 묘사하듯 사실적이어서 읽는 이는 영화를 보는듯한 시각적 상상을 하게 된다. 사실 글을 읽어본 이들은 금방 알아챈다. 정유정의 문장에는 부사나 접속사도 드물고, 거의 단문 형식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음을. 헤밍웨이나 스티븐 킹 식의 하드보일드한 문장을 가장 잘 쓰는 작가가 정유정이다.


그러나 『7년의 밤』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 뒤에는 가슴 아픈 진실이 잠복해 있다.  그 진실을 작가는 이렇게 은유한다.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에서 자신의 생을 걸어 지켜낸 ‘무엇’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7년의 밤』 작가의 말 중) 작가는 자주 이런 삶의 원리를 ‘자유의지’라고 표한다. 남들에게는 하찮은 것이지만 그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끝까지 실현하거나 지키려는 결의, 투쟁의 힘. 그 힘이 곧 우리를 인간으로 서있게 만드는 힘이라는 걸 정유정은 말하고 싶어한다. 어떤가? 그대들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는가? 내 삶의 꿈에서 딱 하나를 가져야 한다면. 그렇다면 살인범 최현수의 삶에서 ‘살인’은 사실이고, 나를 버려 아들에게 주고싶었던 진실은 무엇일까? 가을에 쓸쓸한 자신을 성찰하고픈 청춘들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김남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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