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정책, '득'인가 '실'인가
3무정책, '득'인가 '실'인가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5.09.16 08:23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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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의 급격한 변화에 구성원들의 저항이 뒤따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때문에 모험이 필요 없을 정도의 고지를 점한 다수의 집단들은 변화를 꺼린다. 그래서 우리나라 3대 대학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가 제시한 ‘3무정책’은 결과가 어떠하든 그 시도만으로 박수를 보낼 일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 단순히 득(得)만이 기대된다면 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3무정책’의 득을 설명하는 일은 그것을 이행해나갈 학교의 몫에 맡기고, 학생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정책의 실(失)을 따져보고자 한다.
 
‘3무정책’이란 대학의 상대평가를 없애고, 시험 감독을 없애고, 출석부를 없애겠다는 내용의 정책이다.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얻은 정책이 상대평가 폐지임은 설명할 것도 없을 것이다. 확실히 모든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정책의 부연설명은 과도한 경쟁에 지친 학생들에게 달콤하게 들릴 이야기이다. 그러나 각 학점의 일정한 비중이 보장되던 상대평가제와 달리 절대평가제에서 학점의 상한과 하한을 좌우하는 것은 오로지 평가자의 몫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학생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학점 부여가 이뤄지기 위해선 ‘신뢰할 만한 평가자’라는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수들의 입장에서도 절대평가가 시행될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를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 중 하나가 강의의 내용이나 교수의 역량이 아닌 ‘교수가 얼마나 학점을 후하게 주는가.’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시험 감독을 없애겠다는 정책은 어떠한가. 미국의 일부 명문대들이 시행중에 있는 명예코드(honor code)에 의한 무감독시험은 시험지 첫 장에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다는 서약을 하고 시험을 실시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변 학우들이 서로의 감독이 되고 그럼에도 발생하는 부정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에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도 있을 정책이지만, 그 정책으로 얻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에 비해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을 문제점들이 더 눈에 띄는 실정이다. 타과 학생들과 함께 듣는 교양과 달리 전공의 경우 과 동기들의 부정행위를 고발하고 증언하는 것에는 큰 부담이 따를 염려가 있고, 이에 절대평가까지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구성원들의 합의에 의한 집단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3무정책’의 우려할 점에 대해서만 제법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앞서 말했듯, 대학에서 제시하는 ‘3무정책’의 의의를 겨우 몇 가지 문제점을 내세워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보완해나감에 따라 그들의 의미 있는 변화가 많은 대학들에게 긍정적인 선례로 남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정하영(국어국문·2)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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