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달콤한 유혹, 가토쇼콜라
악마의 달콤한 유혹, 가토쇼콜라
  • 길지혜 작가
  • 승인 2015.09.22 15:26
  • 호수 1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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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는 옳다 ④ 합정 플라워앤(Flour&)

초코빵 라비앙 봉봉(La Vie en Bon Bon)은 프랑스어로 ‘달콤한 인생’을 뜻한다. 부를 때마다 두 입술이 맞닿으며 입맞춤하는 사랑스러운 이름이다. 부시맨브레드를 연상시키는 초코빵 사이에 부드러운 초콜릿의 풍미가 감돌고, 리얼버터크림이 달콤하게 어우러진다. 채 아래로 떨어진 슈가파우더와 콕 박힌 초코칩은 귀여운 가니쉬. 여기에 폭신함과 바삭함을 동시에 가진 빵과 촉촉한 버터크림이 식감을 조화롭게 만든다. 디저트 카페 플라워 앤의 대표주자로 손색이 없다. 비오는 날 유기농 루이보스티 혹은 얼그레이홍차와 함께 마시면 환상의 조합. 

진한 다크 초콜릿의 부드러움과 쌉싸름함이 동시에 입맛을 사로잡는 정통 ‘가토 쇼콜라’ 는 단 것 당기는 ‘그날’의 기분을 단번에 녹여낼 힐링 디저트다. 진하고 쫀득한 초콜릿 때문에 높은 열량이 걱정되지만, 쌓였던 스트레스는 모두 풀릴 것 같은 악마의 달콤한 유혹인 셈. 연인과의 첫 만남처럼 달콤하고, 이별처럼 쌉싸름한 기억이 어쩐지 첫사랑과 닮아있다. 프랑스어로 가토는 케익, 쇼콜라는 초콜릿. 말 그대로 초콜릿 케이크다. 플라워앤의 가토 쇼콜라는 프랑스의 최고급 초콜릿인 발로나 구아나자 초콜릿이 녹아들어 있다. 친구와 둘이 나눠먹기에 적당한 손가락 한 뼘 크기다. 윗면의 갈라진 크랙이 멋스럽고, 사이사이 녹아있는 진한 초콜릿의 풍미가 오래도록 입안을 감돈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즐기면 더욱 좋다. 

플라워앤 레시피의 비밀은 모두 최고급 재료에 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파티쉐의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다. 유기농밀가루와 유기농설탕, 유기농 호밀, 100%우유버터, 동물성생크림 등 ‘좋은 재료’ 만 고집한다. 개량제와 유화제도 전혀 넣지 않는다. 건강한 빵을 만들어서 선보이고픈 쌍둥이 자매의 실천이다. 그 고집스러움에 정성을 더했다. 모든 빵은 천연발효종을 직접 배양해 저온숙성으로 장시간 발효를 시켜서 만든다. 소문난 빵집이라고 모든 빵이 맛있는 건 아닐 터. 플라워앤은 예외다. 좋은 재료와 기본에 충실한 레시피 덕분인지 40여 가지 종류의 빵 중 아무거나 골라도 실패가 없다.   
테라스에 가득한 화분과 가게 이름 때문에 플라워앤을 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플라워는 밀가루를 뜻한다. 동경제과학교 출신의 쌍둥이 자매가 운영하던 디저트 카페에서 합정동 골목으로 이사해 새롭게 태어났다. 수많은 마니아의 사랑을 받으며 화려한 케이크를 선보였던 그들은 이제 매일 아침 갓 구운 신선한 빵으로 ‘Flour&’의 문을 활짝 연다.  

빵과 함께 마실 수 있는 홈메이드 수제차도 일품이다. 무농약 청정 유자차, 유기농설탕 레몬차, 유기농설탕과 허니자몽차는 이름만 들어도 상큼한 건강음료같다. 친구가 직접 재배하는 남해산 유기농 유자와 자몽을 공수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원료를 만든다. 플라워앤의 ‘and’ 가 있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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