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보면서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보면서
  • 박정규 (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5.09.22 17:09
  • 호수 1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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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 올해 대기업의 64%가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있어 작년 수준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조금 전 뉴스에서는 이와는 다르게, 500대 기업의 절반인 44.6%가 지난해 수준으로 뽑는다고 하고, 38.2%는 오히려 작년보다 줄인다고 하니 답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과연 이래서야 우리나라 대학생들 중 몇 명에게나 취업의 기회가 주어질지 자조 섞인 푸념만 나올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의 대학생들은 자신을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자격증을 갖추는 데 대학 생활의 거의 전부를 쏟곤 한다. 토익 점수는 900점이 넘어야 한다는 등의 어학 자격뿐만 아니라 남들보다 소위 나은 ‘스펙’이란 걸 갖추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꾀하는 데 대학 시절의 거의 전부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을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많은 부분의 변화가 남과 다르게 보이려는 선도자들의 역할이 지대했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는 욕구 자체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화 전략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남들이 갖추지 못한 것을 갖출 경우 처음에는 차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해도, 이런저런 ‘스펙’을 갖춘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러한 전략이 ‘스펙을 위한 스펙’을 갖추기 위한 소모성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자칫하면 본말이 전도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것도 얼마든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에는 많은 스펙이 요구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정년까지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 시험이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현상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사정이 이와 같다면, 기본 조건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서라도 기업체로 하여금 지원자들의 스펙을 우선시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적임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자발적이 안 된다면 강압적으로라도, 각 기업체가 지원자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일이 없도록 더 이상의 소모전을 종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10년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래서 필자는 1학년 학생들에게 학기 초마다 힘을 주어, 대학 생활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것인지 전공을 중심으로 계획을 잘 세우라고 강조한다. 계획을 세웠다고 모두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계획을 세워야 절반의 성공이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을 알차게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기대 수준의 70%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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