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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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3 00:15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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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젊음의 가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 때문일까, 우리 사회에선 ‘젊기’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나 많다. 청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대다수의 우리나라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지급하는 돈에 한 번뿐인 소중한 젊음을 맞바꾼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젊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순수하고 열심일수록, 그리고 미련할수록 기성세대는 여러모로 이득을 본다.


그렇다. 사실 젊은이들에겐 돈이 필요하다. 턱없이 비싼 대학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거기다 ‘젊음을 즐겨라’는 무언의 압박에 즐거워 보이는 순간을 임의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바쁜 시간을 짬 내서 남들 다 가는 관광지도 갔다 오고, 내키지 않는 유흥도 한 번쯤은 경험해봐야 한다. 젊을 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즐긴다는 게, 누린다는 게 진정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겉보기엔 꽤 알차고 재밌게 사는 듯 보인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주머니는 거덜 나 다시 ‘젊음을 즐기고 누려라’는 물주를 스스로 찾아 나선다. 악순환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통용된 용어 중에 ‘열정 페이’라는 말이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줬다는 이유로 청년 구직자에게 보수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현상’이다.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한 서포터즈, 인턴, 단기 계약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칼럼니스트 한윤형 씨의 저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가 출판되면서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대부분은 돈이 궁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욕심껏 하고 싶은(혹은 해야 하는) 활동에도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다. 그 와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거나 장학금을 노리며 아등바등 살아간다. 그렇게 젊음의 시간 중 60%는 돈(Pay)에, 40%는 맹목적인 열정(Passion)에 쓰인다. 이상한 엘리스의 토끼처럼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모처럼 여유가 찾아오면 괜스레 불안하고 뒤처지는 기분마저 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그 근원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젊음에 대한 사회적 틀과 인식을 한번에 깨긴 어려울 듯 보인다. 하지만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기성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젊은이들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마라. 그리고 열정에 대한 성의를 보이길 바란다. 젊은이들의 열정은 우리 사회가 보존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자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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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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