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리브로⑭ 헬렌 맥도널드,『메이블 이야기』
비바! 리브로⑭ 헬렌 맥도널드,『메이블 이야기』
  • 단대신문
  • 승인 2015.09.23 00:16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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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참매와의 소통에서 배우는 인생, 혹은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

사실 이 고정란을 통해 신간을 소개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신간의 등장이 화려할수록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진정 좋은 책은 와인처럼 몇 년쯤은 성실한 독자의 안목이라는 창고 속에서 숙성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이 책이 그렇다. 한가한 저녁에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만났다.


“커다란 두 눈. 내 가슴이 철렁하다. 암매는 요술이다. 파충류다. 타락한 천사다.”
이렇게 멋진 문장을 쓰다니...‘참매’라는 야생 짐승과 첫 만남을 헬렌 맥도날드는 이렇게 표현했다. 참매가 타락한 천사라고?


“비늘 모양의 누런 발가락과 굴곡진 검은 발톱은 장갑을 꽉 움켜쥐고 있다. 불타는 횃불을 들고 있는 느낌이다. 내 얼굴에서 새의 겁먹은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매가 빤히 쳐다본다.”


참매를 자신의 팔에 처음 올린 저자의 느낌이다. 멋지지 않은가? 불타는 햇불을 들고 있는 느낌이라니.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삶을 팔에 올려 놓은 느낌일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읽고 있다.


맥도널드 교수(저자는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교수였다)는 사진기자였던 아버지를 잃었다. 이런 류의 슬픔은 두 방향으로 온다. 처음에는 어이없는 상실감, 나중에는 절대로 다시 만날 수 없음을 확인하면서 갖는 진짜 상실감. 후자의 상실감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시간이 쌓일수록 더 무겁고 실존적으로 다가온다. 맥도널드도 그렇다. 그 고통 속에서 찾은 대안이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매잡이’의 꿈이다. 야생 참매를 사서 길들이기로 결심한다. 이미 동물학자로서 몇 번의 경험도 있었지만 야생 참매는 처음이다. 거기에는 T. H. 화이트의 『참매』라는 책이 선례(先例)이자 반면교사로서 작용한다.


맥도널드는 자신의 암컷 참매에게 ‘메이블’이라 이름 붙인다. 화이트는 자신의 수컷 참매를 ‘고스’라고 부른다. 지독히도 힘들다는 야생 참매 길들이기는 비록 시간차가 있지만 두 사람에게 비극, 혹은 슬픔을 탈출하는 비상구로 존재한다. 화이트는 실패한다. 고스는 화이트의 손을 외면하고 떠난다. 그렇다면 맥도널드는 어떨까? 슬픔을 벗어나려고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야생 참매)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삶을 복구하려는 그녀의 도전을 메이블은 받아들여줄까? 아직 나는 모른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전체 2부 중 1부를 읽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래 문장을 보면 메이블이 맥도널드에게 무엇을 줄지 짐작은 할 수 있다.


“메이블은 내 상처를 태워 없애는 불꽃이었다. 매 안에는 후회나 깊은 슬픔이 있을 수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매는 오직 현재에 살았고, 그게 나의 피난처였다. 나는 매의 줄무늬 있는 날개의 움직임에 몰두하는 것으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구나 슬픈 일을 당할 수 있다. 인생이라는 무서운 과제 앞에 망연자실 할 수 있다. 그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야생 참매, 메이블을 마주보며 생각해보길 권한다.


김남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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