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의 공공성과 ‘높은 등록금’
대학교육의 공공성과 ‘높은 등록금’
  • 구경남 (교육대학원) 교수
  • 승인 2015.10.06 18:13
  • 호수 1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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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레딩스(Bill Reading)는 오늘날 북미를 비롯한 서구의 대학이 폐허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더 이상 대학이 이성과 교양과 진리 탐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대학의 가치를 비용 대비 효율로 환산하고 수행 지표에 따른 평가에 목매는 ‘기업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수월성(효율성)을 척도로 대학의 순위가 매겨지는 현실은 한국의 대학도 예외가 아닌듯하다.


지난 8월 31일 정부는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일환으로 298개교에 대한 대학 구조 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하였다. 평가결과가 미흡한 대학에 가해지는 구조 개혁 조치 방안 가운데 주목되는 점은 대학 재정과 매우 밀접한 내용들이다. 정원감축을 비롯해서 학자금 대출 제한 등 재정정책을 통해 대학의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재정지원 가능대학명단,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명단, 신입생 국가장학금 유형 지원가능대학 명단 등이 그것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교육의 목적은 본래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대학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2000년대 후반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OECD 평균보다 높은 70%를 넘어섰다.


이제 한국의 대학교육은 더 이상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보편화단계에 들어섰으며,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화두로 고등교육의 성격을 재개념화할 필요성이 절실해 보인다. 고등교육의 보편화가 교육의 기회를 확대시켰지만, 교육비의 증가를 수반시키면서 ‘높은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대학등록금 국제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모든 교육단계에서 민간부담 공교육비 비중이 높은 편이며, 고등교육단계의 민간부담 공교육비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OECD 국가와의 비교에서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높은 반면 학생 1인당 투자되는 공교육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결국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이유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적지원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인 것이다.  정부가 2011년에 전체 국가재정 중 고등교육 지원 비율 확대를 위한 10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법률을 개정했지만 실제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방 이후 정부는 고등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국립대학을 설치하는 대신 학교법인을 설립하는 정책을 장려하였다. 우리 대학 역시 국가의 백년대계를 확립하는데 기여해야한다는 시대적 요청 속에서 정부 수립 이전인 1947년에 설립되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국가 경제력에 비해 대학에 대한 지원이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대한민국 대학교육이 공공성을 확보하고 제자리를 잡을 때가 되었다. ‘높은 등록금’이 대학교육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공적인 투자가 확대되어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구경남 (교육대학원) 교수
구경남 (교육대학원)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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