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찬송가
앨리스 찬송가
  • 여한솔(문예창작·3)
  • 승인 2015.11.04 11:51
  • 호수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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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는 독버섯문양의 렌즈를 착용하곤 했어 지랄 맞은 년

 매일 밤 환각에 시달리더니 끝내 유리창을 깨부수고 토끼를 찾으러 갔지
 밤마다 앨리스, 그년의 콧구멍은 흰 가루범벅이었어
 시계를 보는 토끼가 뭐가 신기해? 우리 집 토끼들은 독서와 왈츠를 즐긴답니다.

 하얀 스타킹과 속치마를 탐내던 모자장수는 사실 차 속에 최음제를 탔어
 앨리스, 웃기게도 모자장수 대신 시계 보는 토끼에게 눈독을 들이더라
 토끼 토끼 토끼!

 분실된 월경을 찾으러 가자
 푸른 원피스는 포도주속에서도 물들지 않아. 이상하지 않아? 웃기잖아
 앙큼한 계집애!

 (앨리스. 물들지 않는 앞치마를 두르고 흰장미를 빨갛게 물들이다니 제법인 걸?)

 상추와 토마토와 보랏빛양파 치즈 후추 연어와 마요네즈
 망측한 숙녀를 위해 마련한 간식거리들이 교양 없는 어금니에서 뭉개지는 소리
 앨리스의 콧소리 “저기요 토끼님”

 앨리스 이 행운의 또라이
 너의 풍성한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싶구나 널 위한 찬송가 1번 트랙을 틀어줘

2
 내가 가진 거라곤 주머니에서 나온 사백원
 비틀어진 본드튜브
 김빠진 사이다
 뒤집어진 양말
 부르튼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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