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상업화, 변화인가 붕괴인가
캠퍼스의 상업화, 변화인가 붕괴인가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5.11.04 14:08
  • 호수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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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새로운 바람

 

문학평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차라리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학에까지 자본의 논리가 발을 들인 것은 그리 놀랍게 받아들일 일도 아니다.

‘캠퍼스의 상업화’란 대학 캠퍼스 부지 내에 상업 시설을 유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언뜻 보기에는 대학은 남는 부지를 활용해 부차적인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고, 기업은 꾸준하게 고정적인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아 보이는 기획이지만, 막상 이 같은 일이 시행된 대학에서는 볼멘소리 또한 끊이지 않는다. 다만 이는 학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서도 반응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 자명한데, 이 때문에 필자는 재학 중인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의 부지에 상업 시설이 들어선다는 가정 하에 논의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처음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그렇게 들여오게 될 상업 시설 중 한 종류인 요식업체의 영향으로 기존에 학교에서 운영되던 학생식당에의 수요가 줄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본래부터도 학식의 품질과 가격에 불만을 가져왔던 학생들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교외의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으니, 학생식당의 도태된다 해도 그 원인을 외부 요인에 전가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학문의 장으로서의 대학의 목적을 상실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이 지적되기도 했으나, 상업 시설의 유치로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항상 우는 소리가 나오는 학교의 재정문제를 해결할 2차적 방책이 되어주거나 학교의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는 일에 협력할 수 있다면, 되레 지금처럼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학업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따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러한 캠퍼스의 상업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학교에 유치되는 상업 시설의 선정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조건이다. 학생들에게 학기 중의 공사과정과 부지의 축소라는 불편을 감수하게 하고는 막상 부지에 들어선 상업 시설이 학생들의 편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선정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시설이라면 누구도 쉬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 상업 시설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 역시 그 사용 내역이 오로지 학교의 운영과 관련해 있음을 명백히 밝혀두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학의 상업화에 대한 입장은 대학의 본질에 대한 개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형태와 형식보다는 ‘외부의 환경에 방해받지 않고 수학할 수 있음’이 그 본질이라 생각하는 필자가 이를 어느 정도 긍정함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떤 기대했던 효과도 낳지 못하고, 학교 측의 사리사욕을 위해서만 이용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변화가 아닌 붕괴라 칭함이 옳을 것이다.

정하영(국어국문·2)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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