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리브로16. 사형을 면하려 ‘궁형’을 감수한 역사가가 말하려던 인간과 국가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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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대신문
  • 승인 2015.11.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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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사마천의 인간탐구』-김영수


한 남자가 있다. 전쟁에 패한 장수를 옹호하다가 절대권력의 역린을 건드려 사형의 벌을 받아야 하는 남자. 그 벌을 피하고 생명을 지키려 ‘남자’를 잃었던 남자. 남자를 잃고, 14년 동안 52만6천500자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책을 써서 역사가로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남자. 그는 사마천(기원전145~기원전90)이다.


사마천이 남긴 역사서는 『사기(史記)』이다. 중국의 왕조가 편찬한 역사서가 25종인데 『사기』는 그중 으뜸이다. 왜냐하면 이후 발간되는 모든 공식 역사서는 『사기』의 편찬 체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기』를 읽는 보람은 사마천의 불행과 이를 이겨낸 투쟁심을 이해할 때 극대화된다. 충성을 다하던 왕에게서 남성의 성기를 잘리는 벌을 자청하면서 쓰고자 했던 책이 바로 『사기』였다.  “내가 왜 살아 남아야 했는지”를 반증하려 쓴 책이기에 진지함과 인간애, 그리고 후세에 던질 메시지가 가득하다.『사기』의 정점은 ‘열전’에 있다. ‘열전’은 권력자부터 건달까지 교훈을 남길만한 에피소드를 가진 모든 사람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사기』를 독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영수 선생의 『난세에 답하다』는 바로 이같은 비전문가의 한계를 고려해 만들어진 『사기』입문서이자 교양서이다. 이 책은 앞서 작가 본인이 진행한 EBS의 기획강좌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를 보충하여 펴낸 것이다. 사마천의 고향을 비롯한 8번의 중국답사와 풍부한 강의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인 만큼 내용을 수강생들 입맛에 맞도록 재구성했고, 『사기』의 강점과 사마천의 식견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있다.


사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은 주로 춘추전국시대와 초한 항쟁기를 집중 조망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원의 패권을 놓고 벌어진 전쟁이 일상화된 난세인 셈이다. 난세란 무엇일까. 권력과 그 권력을 확장하려는 욕망이 법과 도덕을 앞서는 시대이다. 주나라가 망해 황제가 없어진 뒤 갈라진 제후국은 모두 1천800여개 정도였다. 이 가운데 춘추시대에 들어오면 24개 나라만 남는다.  『사기』에 등장하는 나라만 해도 17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임금이 전란이나 음모로 죽는 것만 해도 36개 나라이고 망해서 임금이 도망간 경우는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한다. 권력자가 그러하니 민초들의 삶은 오직했으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무한경쟁의 시대였다. 적과 동지의 구분이 없던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은 역설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한 법이나 도덕, 돈이나 무력을 구비할 ‘개혁과 시대정신’이 필수적인 시대였다.


김영수 선생의 『난세에 답하다』는 사마천이 춘추전국시대를 통찰하며 고민하던 과제들을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할지를 쉽게 일깨워준다. 그렇고 그런 자기개발서를 읽기보다 더 유익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역사서라면 따분함에 질려 뒷걸음치기 쉬운 젊은이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특히 중국을 이해하고픈데 원전을 바로 읽기 부담스러운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저 자 김영수출판사 알마출판일 2008년 12월 19일페이지 438쪽

김남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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