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3. 축시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3. 축시
  • 단대신문
  • 승인 2015.11.04 20:33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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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무 이 야 기
 

- 이세호(국어국문·2)

2014년 단대신문대학문화상 시부문 당선자
 

커다란 나무를 보았습니다
육십 여덟 개 나이테를 두른 나무는
한 아름 팔을 벌려도 다 안을 수 없습니다
나무의 역사는 가지의 역사
나는 저 가지들이 활자로 덮여 있다는 것을 압니다
바람에 펄럭이는 연두빛 글자들
그늘 밑에 앉아 나는
한자 한자 적힌 나무의 연대기 읽어 내려갑니다
저것은 처음 뻗은 가지고, 이것은 백 번째 가지
이 옹이는 오 십여 년 전 가지가 잘린 상처이고
움푹 팬 자리는 부러진 상처,
사십여 년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습니다 
육십 여덟 개의 나이테를 두르는 동안
몇 계절 크게 앓았다는 나무 이야기
유난히 짧은 가지에서 읽으며
나는 나무 밑에서 스르륵 잠이 듭니다
그리고 천 사 백 번째 커다란 가지가
머리 위 저 높은 곳에 돋아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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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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