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과 국경을 초월한 호소끼 여사의 단국사랑
■ 세월과 국경을 초월한 호소끼 여사의 단국사랑
  • 김아람 기자
  • 승인 2015.11.04 21:12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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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장학금 기증… “인재양성에 힘 써 달라”

“단국대를 방문해서 느낀 감격이 너무 커서 이런 식으로라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해마다 장학금을 보낼 테니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데 활용해주길 바랍니다”

지난 9월 26일, 일본 점술인 호소끼 가즈꼬(77) 여사가 우리 대학에 1천만엔(한화 약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며 남긴 말이다. 호소끼 여사와 우리 대학의 남다른 인연 또한 이목을 끌었다.

인연의 시작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소끼 여사는 생전 일본의 국사로 추앙받던 사상가이자 양명학자였던 남편 야스오카 마사히로 선생의 장서를 기증할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 대학이 <한한대사전>을 편찬하는 등 동양학 연구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야스오카 선생의 장서 1만4백권이 우리 대학 퇴계기념도서관에 입고됐다.

장충식 이사장은 “호소끼 여사가 기증식도 갖지 않고, 한국에도 올 계획이 없다고 해 감사를 표하기 위해 직접 찾아갔다”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성사된 만남에서 호소끼 여사는 우리 대학의 일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장충식 총장님의 교육철학이 실현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작은 계기로 시작된 장학금 기탁은 1986년부터 5년간 지속돼 24명의 단국인에게 약 3억5천만원이 지원됐다.

호소끼 여사의 후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충식 이사장(당시 총장)이 자매대학인 미국 사우스오리건 대학과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한 전초기지로 오리건주 애쉬랜드시에 동양학연구소 분소를 설립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소끼 여사는 2억원을 기증했다.

이런 선행의 이면에는 호소끼 여사의 안목과 사업적 능력이 뒷받침됐다. 그녀는 30대에 자수성가에 성공한 일본 최고의 역학자이자 여성 실업가였다. 현재는 야스오카 선생 기념 공원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장서가 우리 대학에 보관돼 있음을 상기하고 연락을 취한 것이다.

야스오카 선생의 장서가 잘 보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바람을 전해들은 장충식 이사장은 크게 반가움을 표하며 “1992년에 호소끼 여사에게 수여한 명예박사학위를 잘 마무리하고, 30년 전에 베푼 호의에 고마워한다는 점을 알리자”고 당부했다.

그리고 지난 8월 23일, 30년 만에 장충식 이사장과 호소끼 여사의 재회가 성사됐다. 대학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장년의 총장 장충식, 동양학에 대한 우리 대학의 애정에 장학금 지원을 결심했던 일본의 사업가는 세월의 간격을 뛰어넘고 우정의 악수를 했다.

다음날, 학위기 수여식을 거행하고 뒤이어 국제관에서 ‘호소끼 강의실’ 명명식을 가졌다. 호소끼 여사는 “건강 악화로 단국대와 연락이 끊긴 후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고마웠다”며 감격을 표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8일, 호소끼 여사는 장호성 총장과 김병량 부총장을 일본으로 초대했다. 이렇게 이뤄진 재회에서 호소끼 여사는 새로운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다. 30년의 세월과 국경을 넘어선 우정, 그리고 인재에 대한 애정은 또 다른 열매를 맺고 있다.

김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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