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리탐구의 정신을 회복하자
이제, 진리탐구의 정신을 회복하자
  • 구경남 (교육대학원) 교수
  • 승인 2015.11.10 17:31
  • 호수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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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Universitas)’은 현재 대학의 전형적인 모습인 강의, 시험, 학위제도 등으로 볼 때 서양 중세의 대학이 그 기원이며, 교수와 학생의 자유로운 학문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출발했다. 그동안 시대에 따라 대학의 이념과 제도가 변화됐지만 현대 대학에 이르기까지 본질적 특성은 바뀌지 않았는데 ‘진리탐구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동시에 현대 대학은 연구와 함께 교육과 사회봉사에 대해서 비중을 높게 두기도 한다.
 

이러한 대학의 이념과 역할은 대학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근래 우리나라는 해마다 언론사가 획일적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그 순위를 매기는 대학순위평가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학 평가를 굳이 언론사까지 나설 필요가 있는가라는 지적과 함께 그 평가가 학문의 다양한 특성이나 대학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 할뿐만 아니라 대학을 서열화 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게다가 최근 6년간 4년제 사립대학 홍보비가 약 20% 상승하여 평균 6억5천여만 원에 이르는 등 대학 내외로 ‘빈익빈부익부’ 현상만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대학순위평가가 대학이 새로운 지식의 추구와 지식 성장을 소홀히 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전혀 보도되지 않는 등 문제의 소지 또한 크다.
 

대학교육의 공공성보다는 대학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 구조 개혁에 나선 교육부의 논리가 언론기관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학평가가 높게 평가되는 대학은 이미 잘하고 있거나 기본 여건을 모두 갖춘 대학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 산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하는 대학기관평가에 따르면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대학의 교육과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입학정원을 차등적으로 감축하고, 정부 차원에서 대학이 재정 및 경영, 교육시설, 교육, 발전계획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이 학문공동체로서 진리를 탐구하고, 교육과 함께 사회봉사를 위해 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한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의 질을 정량화하고 서열화하는 언론사의 대학순위평가가 대학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다”며 ‘거부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언론사의 대학순위가평가가 발표되었다. 오늘날 북미를 비롯한 서구의 대학이 폐허가 되었다고 진단하면서 대학의 가치를 비용 대비 효율로 환산하고 수행 지표에 따른 평가에 목매는 ‘기업체’가 되었다고 통탄하는 목소리가 우리 안에서는 들어설 자리가 없는 듯하다.


이른바 ‘대학의 위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대학의 본연의 목적과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할 때다. 진정으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대학순위평가가 아니라 ‘진리 탐구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구경남 (교육대학원) 교수
구경남 (교육대학원)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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