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4컷만화

- 고다 요시이에의 『자학의 시』 전경환 기자l승인2015.11.10l140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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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컷 만화하면 보통은 가벼운 개그물이나 신문에 등장하는 정치와 사회 풍자 만화가 생각난다. 아마도 초창기의 신문이나 잡지에서 연재되던 만화는 거의 다 2~4칸 내에서 마무리가 지어졌기 때문에 원시적이며 형식에 더 이상 눈에 띄는 변화가 없는 형태의 만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필자는 짧은 꽁트와 같은 개그 만화나 시사 만화에 많이 쓰이고 있고 4컷 만화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고다 요시이에(武井伸彦)의 『자학의 시』를 읽기 전 까지는 말이다.

고다 요시이에는 1983년 고단샤 <영 매거진>에서 주관하는 치바 데쓰야 상에 응모했다가 낙선하지만 편집자의 눈에 띄어 다음 해 4컷 만화 『고다 군』을 데뷔 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정계를 풍자하는 4컷 만화 『시어터 앗파레』,주인공이 국회에 들어가 정치 개혁을 단행한다는 스토리의 『요시이에의 동화』등 정치 만화 시리즈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1990년대에는 『백년 가와야나기, 호랑이의 가죽』, 『고다 철학당』 등으로 호평 받았다.

『자학의 시』는 1985년에서 1990년까지 잡지<주간 보석>에 연재했다.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던 이 작품은 1996년 다케쇼보로 이전되어 출간되었고, 스테디셀러가 된 작품이다. 2007년에는 영화화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자학의 시』가 일본내에서 현재까지도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개그와 풍자, 사회 비판만을 이야기한 4컷 만화의 내용적 한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인생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모리타 유키에의 삶은 아무리봐도 한심하고 불행하기 짝이 없다. 어머니는 어렸을 적에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은행을 털다 잡혀서 감옥살이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고향을 벗어나 상경을 해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다가 전직 야쿠자인 난폭한 남자 하야마 이사오랑 동거를 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 이사오는 심심하면 밥상을 엎는 골칫거리이다.

작품 초반에는 유키에의 이런 불행한 일상을 아주 코믹하게 풀어간다. 특히 이사오가 하는 돌발행동들과 에피소드 마지막에 자주 나오는 밥상을 뒤엎는 장면은 아주 가관이다. 그러다 조금씩 그녀의 과거가 드러나고 후반부에는 내용이 죽 이어져 있어서 4컷 만화보다 4컷 만화를 계속해서 이은 스토리만화로 읽히는데 이러한 형식적인 문제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작품을 몰입하게 된다. 그만큼 유키에의 불행한 삶이 점점 코미디가 아니라  진지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작품 내에서 유키에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참아낸다. 아니 견디어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작품 마지막에 다다라서 유키에는 삶에 대해 불행이냐 행복이냐로 구분 짓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모리에 유키에의 마지막 고백은 그 어떤 누구라도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비록 힘들고 불행할 수도, 자신의 삶에 자학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의미가 있음을 말해준다.

『자학의 시』에 대해 필자는 내 인생 최고의 4컷 만화라고 남들에게 이야기 하곤 한다. 그 이유는 『자학의 시』는 를 보며 신나게 웃고, 울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삶에 지쳐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히 재미있는 만화는 많지만 말로 형용하기 힘든 에너지를 받는 작품은 드물다. 필자는 이런 만화를 ‘좋은 만화’ 라고 이야기 한다. 『자학의 시』는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만화’임에 분명하다.

권성주 만화연구소장


전경환 기자  3215403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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