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먹여 주는 것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물고기를 먹여 주는 것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5.11.17 13:31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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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20 청년 정책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저소득층 청년 3천명에게 청년수당 월 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서울 거주 만 19세~29세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년 가운데 정기 소득이 없는 졸업유예자나 취업준비생이다. 구직활동 등 자기주도 활동 내역과 사회활동에 대한 계획서 등을 포함한 일련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된 정책 수여자들은 최소 2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식비, 교육비, 교통비 등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사실 이러한 청년지원금 정책은 지난 1일 성남시의 이재명 시장의 기자회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시장은 성남에서 3년 이상 거주한 만 19세~24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청년배당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던 정책 후폭풍은 서울시를 거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청년구직촉진수당에서 정점을 찍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찬반 양 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청년지원정책은 취업의 문턱 앞에서 좌절하고 의기소침해 있는 청년들이 삶의 의욕을 잃어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수저로 표현하는 요즘의 사회 풍속도는 청년들의 미래가 비관적이며 청년 자신들도 그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실정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청년지원정책은 제법 바람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복지 예산마저 부족한 재정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몇 년 동안 복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복지 디폴트(지급불능) 상황에 이를 정도로 재정이 악화되었다. 청년지원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이에 필요한 재정을 조달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면 무책임한 정책이 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청년지원금은 정책 효과 면에서도 그리 훌륭한 방안은 아니다. 서울시의 청년 수당은 수많은 지원자들 중 고작 3천 명에게 돌아갈 뿐이다. 정확한 선발기준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간발의 차이로 수혜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일종의 역차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충분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현금지급 방식의 청년지원금 정책은 지원금액과 기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있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물고기를 먹여주자는 것은 듣기에 참 좋은 말이다. 그러나 물고기는 충분치 않고 임산부와 노약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승우(문예창작 3)

김수민 기자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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