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미루 한복여행가 : 알록달록 한복의 멋을 세계에 전하다
권미루 한복여행가 : 알록달록 한복의 멋을 세계에 전하다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11.17 13:58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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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복여행가 권미루

"인연이 오고 만남이 있는 한복 여행"

Prologue.
불편하다, 거추장스럽다, 덥다, 비싸다. 젊은이들이 가진 ‘한복’의 이미지다. 옛 선조들의 일상복이었던 한복은 이제 특별한 날에나 입는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속바지에 속치마, 겉치마, 저고리까지 걸치는 입기 불편한 전통복식의 모습이 보편적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한복을 갖춰 입고 국내와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신을 ‘한복여행가’라 칭하며 한복의 멋을 세계에 전하는 오늘의 주인공 권미루 씨. 국내 첫 한복여행가인 그녀에게 한복은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옷’이다. 지난 2013년 5월 경복궁에서 열린 한복 나들이를 시작으로 한복여행가, 한복 여행 세미나 강사, 한복놀이단 단장 등으로 활동하며 그 매력에 빠지게 됐다는 권 씨. 한복과 특별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선 무한한 한복사랑이 묻어났다.

▶ 본격적으로 한복을 즐겨입게 된 계기가 ‘한복 나들이 행사 참가’라고 들었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한복을 입는다고 하면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로 연결 짓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예전에는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절 때 입는 것으로 충분한데, 평상시에도 굳이 한복을 입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5월 다음카페 연합에서 진행한 한복 나들이에 우연히 참가했다. 200여명이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나들이하는 행사였는데, 200여개의 다채로운 한복을 보며 ‘한복을 이렇게 다양하게 입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바로 여름 한복을 맞췄다. 

▶ 한복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한복집 사장님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한복 한 벌을 맞춘 후에, 다섯 번만 입어도 본전이다’ 이 말을 계기로 한복을 입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맞춤 한복을 샀는데, 자주 입어서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한복여행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궁 나들이를 시작으로 한옥마을 산책, 한복 파티 등 한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복을 입고 해외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 얼마 전에는 ‘한복 여행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테마 여행이 유행하는데, 한복 여행 또한 하나의 테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3명의 한복여행가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찍은 다양한 한복 사진을 모아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지난 6월에 뚝섬 자벌레에서 ‘모두의 한복 여행 : 땅따먹기’라는 주제로 1회 사진전을 열었다. 이어 홍대, 인사동으로 규모를 키웠고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한복 페스티벌에 한복진흥센터의 후원으로 사진전을 내걸었다.

▶ 여행복장으로서의 한복의 장점은 무엇인가. 또한 한복여행으로 어느 나라를 방문했나.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한복은 치파오와 기모노보다도 활동성이 높다. 스키니 진도 처음에는 불편하게 생각하지만 입다 보면 편해지듯이 한복도 입다 보면 편해진다.
본격적으로 한복만 입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비행기를 타고 출국할 때부터 귀국할 때까지, 총 10일간의 여행 동안 오로지 한복만 입었다. 그 매력에 빠져 이후 스페인, 네팔, 몽골 여행에서도 한복만 입었다.

▶ 본인만의 여행지 선정 기준은 어떻게 되나.
이탈리아의 로마나 베수비오 화산과 같이 사적이 많은 국가에서 우리 한복을 입음으로써 각국의 역사가 맞닿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 과거에는 거리가 멀어 한복을 입고 갈 수 없었던 서방국가들을 오늘날 한복을 입고 여행하니 마치 조선 시대 사람이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 여행할 때 현지인들의 이목을 많이 끌었을 것 같다.
실제로 전통복식을 입으면 외국인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패스트푸드 가게 앞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외국인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 돌아서니 그 뒤편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홍보대사가 된 기분이었다. ‘어느 나라 옷이냐’, ‘어디서 샀느냐’ 등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자연스럽게 현지인들과 친해질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 한복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인가.
한복에는 ‘설렘’이 있다. 마치 백화점에서 예쁜 옷을 골라서 처음 입을 때 느끼는 그런 설렘이다. 나에게 한복은 ‘전통을 지키려고 입는 옷’이 아닌 ‘예뻐서 입고 싶은 옷’이다. 한복은 입은 사람을 가치 있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다. 삶에 무료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복을 입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 그렇다면 현대 복식과 차별화된 한복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속담이 있듯, 한복은 ‘인연이 오고 만남이 있는 옷’이다. 품이 커 옷깃이 스칠 확률이 높은 전통 복식은 인연을 만날 기회가 높은 옷이다. 한복을 입다 보면 선조들이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현대 복식은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이 많아 마치 다가오지 말라고 철벽을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이후 한복을 입고 어느 국가를 여행해보고 싶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일전에는 국내에서 한옥마을이나 민속 마을, 궁 위주로 여행했는데 이번에는 국내 문화유산답사기를 계획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옷인 한복을 입고 선조들이 거닐었던 역사의 현장을 짚어보고 싶다. 한복여행의 일환으로 ‘한복여행 사진전’과 ‘세미나’도 계속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전국 대학의 한복 동아리들이 자체적인 활동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한복놀이단 대학생 연합 활동을 할 계획이다. 현재는 한복이나 전통 문화에 대한 대학생 동아리 연합을 만들기 위해 각 대학 동아리에 연락해 설명회를 끝냈다. 이어 종류가 많고 스타일이 다양한 한복을 일상복으로 디자인하기 위한 '내옷을 한복으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 마지막으로 한복이 아직 낯선 대학생들이나 한복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작정 한복을 입으라고 권유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가 입은 한복을 보고 ‘예쁘다’고 느낀 후 자연스럽게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복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한복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였던 것처럼 살다보면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이런 기회를 신중히 살펴보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복을 입기 위한 여행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는 한복이 주는 가치를 느끼기 위한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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