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정부 유연한 대처 필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정부 유연한 대처 필요
  • 단대신문
  • 승인 2015.11.17 16:21
  • 호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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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소란스럽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그리고 올해 메르스 사태에 이어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폭발 사고로 인한 남·북간의 심각한 군사적 대치 상황 등을 거치면서 한시도 바람 잘날 없던 한국사회이지만, 이번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회적 갈등상황과는 사뭇 다른 면모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면서 몇 가지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일들이 있어 보인다. 첫째, 역사 교과서 집필 작업 역시 아무리 중립성을 강조하더라도 역사적기의 작업이라는 점이다. 개념적으로 역사와 역사적기는 다르다.


역사는 이미 우리가 되돌아 갈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이며 사건이다. 그러나 역사적기는 역사가들이 말, 글 등 언어를 사용해 풀어놓은 역사이다. 이렇게 볼 때, 역사적기는 역사가들의 작업의 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도 일종의 역사적기로서, 역사 교과서에 집필 되는 내용 역시 지나간 시간이며 사건으로서의 역사를 복원해 후세에 전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번째, 역사적기는 역사가들에 의해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 집필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역사가들이 역사를 기술할 때 기대게 되는 역사적 자료가 객관적 일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이다. 근본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한 역사적 자료 역시 누군가에 의해 적힌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때, 누군가에 의해 적힌 그 자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적 자료가 아니라 누군가의 해석이고 설명일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와 같은 특징을 지닌 역사적기에는 언어의 사용이 또한 필수불가결하다. 소박한 언어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어 왔던 것처럼 언어의 속성은 단순한 의사 소통의 도구가 아니다. 특정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특정 집단의 언어의 사용은 자신들의 의도 관철을 중재하거나 매개하는 정치성과 역사성을 갖게 마련이다.


이렇게 볼 때, 언어에 의해 기록되는 역사적기는 누군가의 의도가 역사적기에 개입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역사는 역사가에 의해 역사가의 의도와 신념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 이다. 역사교과서의 단일 국정화에 국민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에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후손에게 올바르고 자랑스런 국가관을 심어주려는 순수한 의도라고 설령 인정한다 하더라도, 국정화된 단일 역사 교과서는 중립적이거나 객관화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특정 역사가들의 신념이 담긴 역사적 해석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하나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게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민생이다. 이제 이 시점에서 국론을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논란에 박근혜 정부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정신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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