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수당지급 정책에 대한 다른 생각
청년수당지급 정책에 대한 다른 생각
  • 박정규 (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5.11.17 19:29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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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서울시가 ‘청년 사회활동 보장’ 사업 예산 90억원을 배정했다고 한다. 무조건 공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선별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그렇지 않아도 청년 취업률이 답보 상태인데다 다수의 청년들이 취업의 의욕마저 접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일단 무조건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한 정책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선 아무리 선별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과연 객관적인 선별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사 어떤 사람이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고 아주 엄선된 과정을 거쳐 대상자가 되었다고 해도, 6개월 동안 준비금만 챙기고 취업을 하지 않거나 못할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상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는 상태이다. 이 정책의 심의위원장조차도 “취업 준비생들이 활동 계획서만 내놓고 수당만 챙겨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선별 과정만 통과되면 사실상 공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면 곤란하다. 아무리 저소득층 취업 준비생이라 해도, 취업 독려 차원에서 6개월간 먼저 지원을 하고 일정 기간의 거치 기간이 지나면, 취업을 하거나 못하거나를 막론하고 능력에 맞도록 기간을 설정하여 원금은 상환하게 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좋은 취지의 정책이 왜 하필 지금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의 제기에 대해 현재의 서울시 관계자들은, 이러한 정책은 현 정부도 이미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어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순서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서울시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라고 해서 그들 모두가 정규직인 것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정작 그들의 처우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정책을 제시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취지가 그렇게 좋고 아무런 사심이 없는 것이었다면,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이후의 국내 경기를 봐 가면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이의 제기 또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아무리 보아도 나름대로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작금의 정치 상황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자치 단체까지 가세하여 당리를 앞세우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으니, 일반 국민들의 자괴감을 도대체 짐작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1991년 지방 자치제가 실시될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하면서 반색을 하던 때가 불과 엊그제 같은데, 그 이후의 제도 정착 과정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자치제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 또한 점점 늘어가고 있음을 상기할 일이다. 서울시 관계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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