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만나는 청춘의 순간들 18. 사회적 약자의 서바이벌
철학으로 만나는 청춘의 순간들 18. 사회적 약자의 서바이벌
  • 배한올(영화·15졸)
  • 승인 2015.11.17 20:00
  • 호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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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의 서바이벌 강요보다 함께 인간답게 살기위해 고민해야

소니픽처스가 해킹을 당하면서 나비효과가 일어났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자신의 임금이 비슷한 경력의 남자배우에 비해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글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영화 강국이라는 미국에서 잘나가는 배우 역시 ‘여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그녀는 ‘버릇없고 까다로워 보이기 싫어서’ 임금 협상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임금 격차 1위인 나라이다. 여성이 남성의 임금의 64%밖에 받지 못한다. 대한민국에 남녀차별은 이미 뿌리가 깊다.

20대 여성들이 차별을 강하게 느끼는 때는 4학년 2학기 취업을 준비하면서다. 우리는 어머니 세대에서 남녀평등을 이룬 듯한 착각을 했다. 나 역시 그랬다. 남녀평등은 조작된 담론이자 판타지였다. 한국은 아직 남성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이상을 그리지만 사회로 나오면 맞닥뜨리는 것이 유리 천장이다. 남성과 비슷한 스펙을 가지더라도 여성은 잘 채용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의 ‘여성 고용 형태’에 의하면 전체 근로자 수의 남녀 성비는 3:1로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더 많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성의 출산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과 사회 안전망 부족이 크다. ‘왜 여성들이 출산을 안 하느냐, 출산은 국가와 미래를 위한 의무이다’와 ‘임신한 여성을 받아줄 회사는 없어’라는 이중적인 시선은 여성의 차별을 더욱 강화한다. 국가는 출산율만 부르짖을 뿐, 여성이 아이를 낳고 일할 수 있는 생태는 만들지 않는다.

여기에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Russell, Bertrand)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여성 해방 운동과 투표권 획득에도 불구하고 아내들의 지위는 임금 노동자 계층에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장에서는 과학화와 최대한의 노동 분업이 이루어지지만 가정은 여전히 비과학적인 채로 남겨져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과중한 노동이 어머니(여성)에게 떠맡겨졌다. 계속되는 불평등은 부조리로 이어졌다. 여성은 사회 진입에 실패하고 경제권마저 약해지고, 적은 임금에 가사노동까지 같이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 여성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여기에 있어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 Ponty)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나는 나의 몸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의식하는 육체이며, 세계에 대한 인간의 실존은 육체를 통해 실현되는데 육체는 심적이면서도 자연적이며 목적론적이면서도 기계론적이기도 한 양면적 통일이며, 우리의 육체적 경험은 우리의 실존에 의존하기보다 우리 육체를 실존하게 하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성의 몸이다. 몸에 대한 권리마저 의무로 바뀌는 권리마저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설 곳이 없다. 저출산이라는 것이 아이를 자유롭게 낳지 못하게 되는, 아이가 일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시작된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개인은 자신이 육체와 마음이나 정신에 대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만 할 절대적으로 독립된 주인이다”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늘 다수의 소수를 향한 억압과 횡포를 경계해야 한다. 양심의 자유, 사상과 감정의 자유,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기호를 즐기고 삶의 목적을 추구할 자유 그리고 서로 단결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 이러한 자유가 전체적으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는 어떤 통치형태이든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 토론을 어려워하는 나라로 여성인권에 대한 논의가 적었다. 토론이 없으면 어떤 의견의 근거뿐만 아니라 그 의견 자체의 의미도 곧잘 잊혀 화석이 되고 그 섬세한 본질은 상실된다. 계속해서 여성들이 소리를 내고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밀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지배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낡은 잔재이며 인류의 진정한 진보를 방해하는 그릇된 편견일 뿐이라고 완전한 평등을 강조한다.

여성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절대적으로 독립된 주인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자신을 포기한 삶에서 벗어나라’고 주장했다. 남성을 인간의 원형(보편성)이라고 보는 남성 중심주의에 의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지배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낡은 잔재이며 인류의 진정한 진보를 방해하는 그릇된 편견이다. 노예해방 이후 미국의 여성해방운동가들은 평등을 요구하는 자신들의 투쟁을 흑인들의 투쟁과 동일시했으며 숫자가 아니라 사회적 신분의 차원에서 자신을 억압하는 ‘소수’로 간주했다. 소수자의 인권 보장이 바로 만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시작이며 완결이다. 여성인권을 위해, 남녀평등을 위해 소리 내자. 그 무엇도 예민하지 않다. 모든 것을 수면 위로 올리고 토론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서바이벌을 강요하지 말고, 모두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고민 할 때이다.

배한올(영화·15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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