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대도(大道) 위에 서다

현/장/속/으/로 ‘산사에서 길을 묻다’ 금선사 템플스테이 박다희 기자l승인2015.11.17l수정2015.12.07 00:34l1402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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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이다지도 푸르러 ‘청춘(靑春)’이라 하는가. 하지만 청춘은 마냥 푸르기에 상처가 많다. 끝없는 과제와 시험에 푸르뎅뎅하니 쉬어버린 이 한 몸, 뉘일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 금선사다. ‘산사에서 길을 묻다’라는 이름으로 이틀간 진행되는 금선사 템플스테이를 지난 7일 찾아가 봤다. 이틀간의 찰나지만 속세에서 벗어나 늦가을 낙엽과 함께 휴식을 취해보자.

 

一. 떠나다

내딛는 걸음마다 빗방울이 튀어 오른다. 맑고 쌀쌀한 날씨여라 마음속으로 빌었던 것이 무색하다. 게다가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사진이 잘 나올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오후 1시, 광화문역에서 7212번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내 구불구불한 부암동 골목길을 돌아 이북오도청 앞에서 하차한다. 여기서부터는 산사까지 직접 걸어가야 한다니, 마음을 다잡고 가방끈을 단단히 움켜쥔다.

토닥토닥,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 앞서 올라가는 등산객을 쫓아 부지런히 걷는다. 금세 이곳이 서울 중심가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이십여 분 정도 걸었을까, 발간 단풍잎 사이로 일주문(사찰에 들어서는 산문(山門) 가운데 첫 번째 문)이 나온다. ‘이 도량에 오신 인연들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과연 이곳에서 어떤 인연을 만날까 기대된다.

二. 합장하다

삼각산의 정기가 서려 있는 금선사는 여말선초에 무학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60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주법당인 대적광전을 비롯해 반야전, 미타전과 중생을 위한 해행당, 심검당 등이 있다. 산사를 한 바퀴 돌아본 후 해행당에 들어가 앉았다. 잠시 기다리자 스님이 법복과 고무신을 쥐어준다. 법복으로 갈아입고 지나가는 스님에게 합장을 하니 비로소 절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지도법사 선우 스님과 함께 해행당에 둘러앉는다. 선우 스님은 “왜 이곳에 오게 됐나요?”하고 묻는다. 기자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자꾸 조급해지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왔다”고 답한다. 이어 앉아있는 이들 저마다 하나씩 이유를 말한다. 대답을 들은 선우 스님은 “인생은 한 편의 영화다. 오늘 산사를 방문한 스물다섯명 모두가 저마다의 영화 한 편씩을 찍고 있다. 때문에 ‘나’는 주인공이고 옆에 앉은 이는 ‘지나가는 행인3’쯤 된다. 그러니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영화 속 장면을 마음껏 그리면 된다”고 강조한다.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짙게 깔린다. 산사는 저녁예불 준비로 분주하다. 예불을 드리기에 앞서 모두 모여 타종을 한다. 서른 세 번의 타종은 중생을 계도(啓導:남을 깨치어 이끌어 줌)한다는 의미다. 발끝부터 진하게 울려오는 진동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깊게 울리는 종소리를 뒤로하고 대적광전에 모인다. 합장 후 삼배를 올린 뒤 부처님을 마주한다. 허공에서 맞닿은 시선에 경건해진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으로 이어지는 예불문을 읊조린다. 이는 불교의 기본이자 가장 높은 진리라 한다.

三. 절하다

저녁예불이 끝난 후, 첫날밤에서 가장 중요한 108배 시간이다. 금선사 템플스테이의 108배는 ‘새로운 꿈을 향한 108배’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마음의 문을 열며 △참회하고 돌아보며 △자각하고 배우며 △감사하고 환희하며 △새로운 꿈으로 회향하며 라는 주제로 한 배를 할 때마다 한 구절씩 읊는다.

선우 스님은 “108배가 끝나고 나면 한층 밝아진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생을 다독인다. 목탁 소리와 함께 108배를 시작한다. 스무 배쯤부터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옆을 흘끗 본다. 옆 사람은 힘든 기색도 없이 절을 계속한다. ‘아, 내가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나’ 엉덩이가 저리다. 끙끙거리며 간신히 마지막 구절 “나무 시아 본사 석가모니불”을 외며 108배를 마친다. 자리에 앉은 후에도 81번째 절의 구절인 “삶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우리는 성장하고 새롭게 태어나고 있음을 믿으며 절합니다”가 머리에 맴돈다.

이어 참선의 시간이다. 참선은 자신이 본래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을 꿰뚫어 보기 위해 앉아 있는 수행이다.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는다. 간혹 너무 피곤해 잠드는 중생이 있다는 선우 스님의 말씀에 잔뜩 긴장한다. 마침 내리는 비에 처마 밑으로 후두두 떨어지는 물소리가 듣기 좋다.

참선이 끝난 후 산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도심 속 산사라 서울의 야경이 보인다. 저만치 떨어져 서울을 바라보니, 이리도 아름답기만 한데 왜 그리 아등바등 살아내려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밤 9시, 심검당에 몸을 뉘었다. ‘심검(心劍)’은 마음에 칼을 꽂는다는 뜻이다. 전각 하나하나에 어찌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모두가 잠든 고요한 도량의 밤, 첫날밤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四  비워내다

새벽 3시에 산사의 아침이 밝는다. 오전 3시부터 5시까지가 온 우주의 기운이 가장 맑은 시간이라 한다. 평소 같았으면 공부를 하다가, 혹은 기사를 쓰다가 잠들었을 시간에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주섬주섬 법복을 다시 입고 새벽예불을 드리러 간다. 차가운 새벽공기와 비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상쾌하다.

첫날엔 108배가 있었다면 둘째 날엔 발우공양이 있다. 발우란 스님들의 그릇으로 국그릇, 밥그릇, 청수그릇, 반찬그릇이 있다. 행자가 그릇을 씻는 데 사용하는 청수를 돌리면 식사를 시작한다.

기자는 혹시나 다 먹지 못할 사태를 대비해, 음식을 아주 조금만 발우에 담는다. 음식을 넣을 때 입이 보이지 않도록 그릇을 들고 먹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조차 수행을 한다는 것이 퍽퍽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작은 밥알 하나 조차도 만든 자의 공덕을 생각하여 버리지 않는다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반찬그릇에 숭늉을 담는다. 단무지로 정성껏 닦은 후, 밥그릇, 국그릇 순으로 옮겨 담는다. 그릇을 전부 비우고 나면 식사 전에 받았던 청수를 사용해 다시 한 번 그릇을 닦는다. 해보기 전에는 비위가 상하는 일이라 여겼지만, 막상 하고 보니 마음이 깨끗해진다.

금선사 템플스테이의 마지막 일정은 스님과의 다담(茶啖)이다. 일윤 스님과 함께 차를 앞에 두고 모여 앉았다. 기자와 같은 대학생부터 중년의 아주머니까지, 저마다 마음에 품은 고민을 하나씩 털어놓는다. 취업을 고민하는 이십대부터 이직을 생각하고 결혼을 앞둔 삼십대,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십대까지. 결국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숱한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꿈꿔본다.

 

# 나오며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다 같이 소감을 쓰는 시간이 왔다. 기자는 “낙엽 지는 늦가을에 이렇게 만나게 돼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추억 한 페이지 여기에 남겨 두고 갑니다. 귀한 인연으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라고 적는다. 그렇게 이틀간의 짧은 휴식이 끝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비가 온다. 평소 같으면 꿉꿉하다며 ‘얼른 집에 들어가야지’했을 날씨가 괜스레 좋아,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걸으며 되돌아보니, 금선사에서의 이틀은 퍼렇게 멍이 든 ‘청춘(靑春)’의 멍 자국을 지우고 어깨에서 짐을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삶이 녹록치 않은 당신, 템플스테이를 통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또 한 번의 가을이 저물고 있다.

 

사진 제공 : 금선사


박다희 기자  3215163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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