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 김상민(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2)
  • 승인 2015.11.17 22:26
  • 호수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일흔이 되신 아버지가 지난주에 전립선암 수술을 받으셨다. 노환인 탓에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시고 방에 누워서 계신다. 몸이 불편하시지만 내가 곁에 있다가 그만 가보겠다고 말씀을 드리면 작고 여린 목소리로 “가. 어여 가서 일봐”라고 손짓을 하신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에 정신도 흐려지셔서 한마디도 하실 기력이 없으시지만 언제나 그 말씀만은 꼭 하신다. 한번은 내가 흉터 제거 수술을 하고 목에 반창고를 붙이고 찾아뵈었더니 “또 레이저 쏘는 수술 받았나. 아파도 이 악물고 견디거래이” 하시며 내 손을 꼭 잡으신다.

죽음이 눈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 다 큰 아들을 걱정하시는 일흔 넘은 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헤아릴 길이 없다.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사랑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소박하고 쉬운 일이라는 점이다. 사랑은 꼭 거대하고 화려한 데 있는 것이 아니지만 나는 정작 그런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가진 게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사랑을 더 잘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사랑의 전도사가 될 수 있다. 문득 군복무를 할 때 대구에서 논산으로 가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생각난다. 그날 차가 논산에 막 도착했을 무렵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저씨는 “군인양반, 잘 잤소?”하고 웃으셨다. 잠에 떨어진 탓에 나를 위해 두 시간도 더 넘게 내 얼굴에 쏟아지는 따가운 햇볕을 커튼으로 내내 가려준 줄 알지 못했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내렸는데, 부대에 복귀해서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 것을 느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을 찌르는 햇빛을 커튼으로 계속 가려주는 정성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아버지가 베풀어주신 사랑처럼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사랑을 실천하지 못한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구걸을 하는 노숙자에게 눈길을 주기는 커녕 피해다닐 때가 많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 어느 문인의 말처럼, 산다는 일의 진정한 의미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내게 살아갈 가치를 주는 사람은 내 인생의 꽃이다. 그 곳에 물을 주고 애정을 쏟는다면 벌과 나비가 날아들어 꿀과 향기가 흐를 것이다. 그 향기가 누구에게라도 번져가기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