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선거일, 미뤄지는 선거구 책정
다가오는 선거일, 미뤄지는 선거구 책정
  • 윤영빈 기자
  • 승인 2015.11.19 01:33
  • 호수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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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치의 평등성과 당리당략 사이 이견 좁혀지지 않아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선거구간 인구 편차가 3대 1에 달하는 것이 헌법불합치라고 판결했다. 최소 선거구인 경북 영천시의 선거구의 인구가 서울 강남구 갑의 3분의 1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투표가치의 지나친 불평등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이로 인해 평등 선거원칙에 반하지 않도록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따라서 국회는 오는 2016년 4월 13일에 실시되는 20대 총선의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2대 1선으로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3일 선거구획정안 제출 법정기한이 도래했음에도 국회는 결정 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여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선거구 획정이 단순히 인구 편차에 따라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동일성도 보장해야 하며 나아가 교통, 경제적, 지리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각 당의 당리당략이 들어가면 선거구 간 2대 1의 인구 편차라는 원칙과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또한, 지역 불균형의 문제도 있다. 2대 1의 인구 편차 기준을 적용하면 9개의 농어촌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고 수도권은 그만큼 늘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를 대표하는 의원 수만 증가할 뿐 지역 대표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농어촌의 의원 수는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여당은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축소한 의석만큼 지역구 의석을 늘리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전제하에 합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분배하는 비례대표제이다. 하지만 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거부해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성한규(법학·2) 씨는 “최근 여론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주목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내년 총선에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로서 여야가 헌재가 제시한 인구 편차와 지역 대표성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 있게 선거구를 나눌지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남재걸(행정) 교수는 “이번 문제를 통해 여야가 당의 이익을 넘어 얼마나 국민을 위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사람이 더 나은 제도를 만들도록 유권자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원의 당선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사안이 국민들의 관심 밖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선거구 획정이 시한 내에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보다 더 큰 문제이다.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이 국민을 위해 이익을 내려놓는지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또 물 건너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윤영빈 기자
윤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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