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갈등의 이념화(2)
공공갈등의 이념화(2)
  • 분쟁해결연구센터
  • 승인 2015.11.19 01:35
  • 호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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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후 극도로 심화돼


지난 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월호 침몰사고는 약 20년 전의 서해페리호 사태와는 달리 사고의 진상과 추후처리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이에 정치권도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야당은 이번 사고가 종합적인 위기관리 실패라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고,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처의 설치와 해양경찰청의 해체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이어 관심은 사태해결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로 모아졌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쟁점은 이 사건을 조사 할 야당과 유가족이 참여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와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과 활동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여부, 그리고 배상 및 보상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 등이었다. 결국 협상은 난항을 거듭한 끝에 참사가 발생한지 약 6개월이 지난 2014년 10월 31일 진상조사위에 수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수준의 조사권을 부여하고 진상조사위에 소속한 5명의 상임위원 중 유가족이 지명하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유가족 측도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정치권의 공방은 일단락되었다. 이에 많은 언론들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사건을 정쟁에 이용하며 일을 6개월이나 지체시킨 정치권을 비난했고 이는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사실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으킨 사회적 폭발력이 정치권조차도 이 문제를 쉽게 다룰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는 점이다. 

 

당초 명확한 진상규명 요구와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각지의 집회는 사건이 점차 우리사회가 가진 복합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정치·이념화되어갔다. 이에 따라 사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이슈는 점차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당초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나타난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요구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주장마저 등장하는 한편 철도민영화 반대나 반 노동정책의 폐기와 같은 사건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슈마저 등장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공권력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사태가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자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에서도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보수단체들 역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특히 ‘애국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집단은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취하기도 하는 등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무엇이 이토록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것일까? 물론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라는 비극적 사고와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심각한 사회적 홍역을 겪는 이유로는 갈등관리의 역사 자체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극단적 정치적 견해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난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은 국·내외의 연구 등을 통해 제시되어 왔다. 지금까지는 미흡했던 재난사고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관리를 포함한 정부차원의 갈등관리 시스템의 보완,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공무원 등을 넘어서 일반 국민에 대한 갈등교육의 확대와 이를 위한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가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많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큰 상처를 준 세월호 참사는 분명 이와 같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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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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