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리브로19. 노마 히데키, 『한글의 탄생』
비바!리브로19. 노마 히데키, 『한글의 탄생』
  • 단대신문
  • 승인 2015.11.24 15:44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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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위대함 일깨워주는 소중한 교양서

함께하지만 가치를 잊기 쉬운, 그러다가 없어지면 우리로 하여금 존재할 수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물, 공기, 혹은 사랑. 문자(文字)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있을 땐 모르지만 없다면 우리의 정신도 없어진다. 『한글의 탄생』은 우리 겨레의 정신과 지식세계에 공기와도 같은 ‘한글’의 태어남 속에 깃든 얼과 힘을 찬찬히 살피는 책이다.


이 책은 교양서이지만 언어학을 바탕으로 한 학술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내가 필요하다. 언어학적 지식이란 사실 철학의 다른 말이고, 넓고 깊은 지식체계이기에 교양으로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책은 감동적이다. 여러 번 콧등이 시큰한 감동을 준다. 동시에 첫 고비를 넘기면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흥미를 준다.


이 책은 한글을 다룬 일본어 책이다. 수필이나 소설이 아닌 언어학 관련 인문서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권위 언론인 마이니치신문사의 ‘아시아태평양상 대상(2010년)’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인기를 누렸다. “지난 10년 간 읽은 책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극찬을 받은, 그런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나는 대중적 글쓰기를 하는 저자의 역량이다.
“모음은 자음과 자음 사이의 빈 공간을 빠져나가는 바람이었다. (중략) 사람이 그러한 문자를 <읽는> 행위를 수행할 때, 자음 사이의 동굴을 모음이라는 바람이 지나면서 <언어음>이 생성된다”
음운론이니 음소니 하는 생경한 개념어를 다루는 저자가 이런 소설적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의 우아하고 쉬운 문체는 유능한 번역자를 만나 우리 피부에 착 달라붙는 힘을 발휘한다. 내용 전개에 있어서도 한국어(글자)과 일본어(글자)의 비교, 역사적 에피소드와 문헌자료를 곁들여 읽는 재미를 돋군다.


또 하나의 힘은 한국어 전문가로서 그의 교육적 역량이다.
저자는 미술가였다. 현대미술가로 성장하던 그는 한국 작가와 교류하다가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혔다. 나이 서른이 되어 학부생으로 대학에 다시 입학해 한국어 전공을 하고, 치열한 공부를 하면서 강단에 서기에 이른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 70여명의 논고를 모아 『한국어 교육론 강좌』라는 논문집을 펴내고 있다. 각 권이 800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음성학부터 문법, 교육론 등 전체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저작물을 홀로 진행할 만큼 그는 열정적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의 글에서는 한글연구에 대한 참신한 시각과 설득력 있는 논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의 진심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정음(正音, 저자는 한글의 역사성을 강조하고자 이 단어를 핵심개념어로 쓰고 있다)’에 대한 애정과 한국-일본의 소통에 대한 진실한 염원이 숨어 있다. 우리 겨레의 지식세계에 공기이자 물인 정음 혹은 한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진지한 지식을 쌓고 있는 걸까. 일본인으로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한국인으로서 일본과 일본문화를 지적 열정과 보편적 인간애로 서로 주시하려는 ‘열린 마음’을 우리는 제대로 갖고 있는 걸까. 만약 그 질문에 정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유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글에 대한 나의 애정이 형편없음을 반성했고, 인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김남필 홍보팀장

▲ 저 자 노마 히데키출판사 돌베개출판일 2011년 10월 9일페이지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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