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욱 작가 : 한국적 감성 위에 드리워진 산수, 다시 태어나다
이상욱 작가 : 한국적 감성 위에 드리워진 산수, 다시 태어나다
  • 임수현 기자
  • 승인 2015.11.24 17:54
  • 호수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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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작가 이상욱(동양화·박사·09졸) 동문

Prologue.

하나의 산수화 작품 안에 마치 여러 이야기가 담긴 듯하다. 웅장한 산을 배경으로 자동차를 이용해 자연을 거닐고, 험한 산을 오르기 위해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자신이 체험한 복잡하듯 얽혀있는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구성해 산수여행기로 즐겁게 읽어가듯 그려낸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한국화 작가 이상욱(동양화·박사·09졸) 동문의 작품 ‘체험산수 그리고 와유(臥遊)’ 시리즈다.
같은 산이라도 계절과 당일 기후는 한결같을 수 없다는 이상욱 작가에게는 자연의 변화와 사람의 감정 역시 하루하루 다르게 느껴진다. 겉으로 보이는 산수 이미지 외에도 그의 개인적 시각이 합쳐져, 중국산수와는 다른 독창적인 진경산수화풍의 길을 찾는 이상욱 작가. 전업 작가로 개인전 10회와 기타 전시 300여회를 개최하기까지 그의 삶에 담긴 이야기를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들어봤다.

▶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됐는가.
초등학생 시절 서예부활동을 계기로 중학교 때는 미술부에 입부해 석고소묘부터 시작했다. 그 후 미대에 진학해 한국화를 전공으로 공통실기인 석고소묘와 전공실기 한국화를 공부하며 한국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90년대 후반에도 국내에서 순수미술(서양화·한국화·조소 등)을 전공하고 졸업 후 바로 개인작품 활동에 뛰어드는 작가들은 많지 않았다. 당시에는 특히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 과정에서 논문과 작품전을 마치고 작가생활을 이어가는 편이 많았다. 나 역시 이러한 학업을 통해 대학과정에서 미비할 수 있는 부분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통해 이론적 부분을 채우고 작품제작을 병행했다.

▶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은 없었는가.
일반학생들과 같은 평범한 입시준비와 취업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미대입시와 입학 후엔 어려운 그림을 자신만의 그림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창작의 고통이 있었다. 또 군대 전역 후 졸업을 앞두고 그동안 해온 그림들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만약 계속 작업을 한다면 나에게 필요한 경제적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해가 지나면 내 그림은 진보할 수 있을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늘 존재했다. 하지만 그때 어려운 상황을 피해가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기에 현재 작가의 길을 계속 걸으며 후학을 양성하는 선생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 현재 미술시장이 어렵다고들 한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미술시장이 얼어붙어있다. 악화되는 경제 상황 속에 작가의 그림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어 관객 다수가 작품 구매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기업과 지자체의 젊은 작가 육성프로그램(레지던시, 아트뱅크 등)의 활성화 등은 앞으로 전망이 밝아 보인다. 나 또한 4년 전부터 모든 개인전은 지원을 받아 개최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창작하기 좋은 여건을 누리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의 매력이 본인에게 크게 와 닿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술작품은 평가적인 부분으로 보면 처음과 끝이 한 번에 나타난다. 타 장르와 달리 시작과 중간, 끝이 시간이 지나며 관객에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한 화면에 결과만 보인다. 사실 여기에는 매우 섬세한 준비과정과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작품을 제작하면서 그림을 완성해 멋진 갤러리에 걸리지 않고 작업실 이젤에만 걸어놓아도 언제나 마음이 뿌듯하다. 이러한 만족감을 어릴 때의 초라한 작품에서부터 느꼈고, 현재 작업에도 똑같이 느끼기 때문에 아직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는 것 같다.
▶ 그렇다면 화가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흐는 삶이 고통이라 했다. 화가의 삶이 힘들었는지 창작이 어려워 작업 고민이 힘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새로움을 좇는 자’라고 붙이고 싶다.
지난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한 학기 마다 그림에서의 변화를 시도하려 애썼다. 기법이 매번 달라지고 그림의 내용 또한 단순하지 않으려 했다. 대학과 대학원 시절 국내 공모전에 빠짐없이 출품 했던 이유도 이런 이유였지 않나 생각된다.

▶ 그래서인지 초기 작품과 지금의 작품에 변화가 있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 설명해본다면.
동양화를 전공하고 수묵화를 개인적으로 중시하는 편이어서 대학원 시절엔 수묵풍경화를 주로 그렸다. 첫 개인전 또한 수묵풍경화로 개최 했었다. 이후 동양화 박사반에 진학해 개인적인 산수화 작업을 시작했다. 작품에 변화를 준 후 2014년 고등미술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됐다. 어떤 이는 시각의 확대로 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자연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싶은 마음이 이어진 것 같다.

▶ 작품을 위해 산에 자주 간다고 들었다. 평소 작업은 언제하고 작업스타일은 어떤가.
봄과 가을같이 날씨 좋을 때 하는 게 좋지만 겨울과 여름에 그림을 많이 그리는 편이고, 방학 땐 개인전 개최를 많이 한다. 학기 중에는 한남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와 단국대학교 출강 등 강의가 많아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는 나름의 핑계 때문이다(웃음).
작업 스타일은 초기에는 보통 현장에 가서 스케치를 해오거나 사진을 찍어왔는데, 지금은 풍경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단 머릿속에서 형태와 장면을 만들어 내는 산수화를 그린다. 내 마음에 떠오르는 심상들, 이미지를 많이 반영하는 편이다. 즉 눈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그림을 주로 그린다.

▶ 본인의 작품을 관객이 어떻게 이해해주길 바라는가.
특별한 기준 없이,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보고 느끼는 그대로 봤으면 한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팸플릿이나 설명을 직접 들어야하겠지만, 이 또한 정보의 영향을 받으니 작품은 그저 관객이 보이는 대로 봤으면 한다.
▶ 지난 1년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2013년에 대전시 ‘차세대 아티스타’에 선정돼 작년과 올해도 대전문화재단 소속작가로 개인전과 기타 전시 아트페어 등에 작품을 선보였다. 내년 역시 그동안의 산수화 작업이 함축된 새로운 산수화 작품을 여름방학쯤에 발표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접할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올해 단국대학교의 1·2학년 동양화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미대 학생들이 정보가 빨라 보다 많은 그림들을 보고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미술계가 점차 달라지고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가 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경험 등을 지구상에 오직 하나뿐인 독특한 시각이라 보길 바란다. 기회를 가지고 있으니 대학에서 배우고 키우면 세계적인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임수현 기자
임수현 기자

 3212025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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