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일용직 건설 노동자 체험현장

막노동 판에 뛰어든 청춘, 애환의 땀방울을 흘리다 윤영빈 기자l승인2015.11.24l수정2015.11.24 19:49l140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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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발간한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일용직 건설노동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21.9%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공사장 일용직 인부 5명중 1명이 20대인 것이다. 이는 2010년 13.7%에서 1.7배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이처럼 일용직 노동자를 자처하는 20대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D 인력사무소’를 거쳐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봤다.     <필자 주>

  Ready
과거에는 사지 멀쩡한 몸만 있으면 일용직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모든 건설 현장에선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만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
14일 오후 1시 가천대역 인근에 있는 교육장에 들어서자 20대 청년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교육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날 교육을 받은 18명의 교육생 중 20대는 기자 포함 총 5명. 조사결과와 얼추 맞아떨어지는 수치다.
교육은 4교시로 나눠 진행된다. 1·2교시는 안전장비 착용법과 안전 수칙들을 세세하게 배운다. 또 다치지 않게 물건을 드는 법, 일하는 중간마다 근육을 풀어주는 법도 가르쳐 준다.
이후의 2시간은 현장경력 20년인 강사가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례들과 앞서 배운 안전수칙을 접목해 강의를 진행한다. 강사의 입에선 공구리(콘크리트), 우마(발판), 가다와꾸(거푸집), 우메다데(메우기) 등 현장용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4시간가량 생생한 현장 사례들을 듣다보니 어느새 교육을 마칠 시간. 곧이어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 손에 쥐어진다. 이수증과 특수신발인 안전화, 이 두 가지가 갖춰졌다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Get Set
인력 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내일 일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내일은 비가 와서 일이 없을 것 같은데…”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현장 용어 ‘대마찌’는 일이 없는 날. 아뿔싸, 당장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비소식이 있다는 내일 날씨를 확인한다.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는 비에게 고맙다는 기사 밑의 댓글을 보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를 반가워하지는 못할망정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다니, ‘혹시나 일하지 못할까’하는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마음을 옥죄는 일인지 깨닫는 순간이다.


다음날 저녁, 다시 한 번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건다. “네, 일 있으니까 오세요”라는 목소리에 벅찬 마음으로 나갈 준비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 17일 오전 4시 반, 이런저런 걱정 탓인지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도착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인력사무소에 늦게 도착하면 일이 없을 수도 있어 애써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날씨는 흐림. 길을 나서면서 교육장에서 배운 것들을 몇 번이고 되새긴다. ‘비온 다음날은 미끄러짐, 감전 조심…. 비온 다음날은 미끄러짐, 감전 조심….’
서울시 송파구 신천역 4번 출구로 나와 걸어가다 보면 인력소가 나온다. ‘D 인력사무소’ 내부로 들어서면 임금의 10%를 사무소에 제공한다는 계약서를 쓰고 신분증과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확인받는다. 그리고 사무소 소장이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20분쯤 기다렸나, 드디어 기자의 이름이 불린다. 그리고 3명의 다른 사람들도 함께 호명된다. “4명은 동대입구로 가시면 됩니다.” 소장은 짧은 한마디와 함께 약도와 고용주의 요구사항이 적힌 종이 두 장을 내민다. 종이에는 청소 잘하시는 분, 조립 잘하시는 분, 물건 나르기 잘하시는 분, 성실한 분 딱 4가지만 적혀있다. 같이 호명된 아저씨 중 한 분이 거리가 멀다고 푸념을 늘어놓자 소장은 단번에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인력소 가시면 되죠”라고 맞받아친다. 이곳에서 일용직은 철저히 ‘을’이라는 깨달음에 씁쓸한 마음을 안고 3명의 아저씨들과 문밖을 나선다.

  Go!
오전 7시 40분, 동대입구에 위치한 한 빵집의 리모델링 현장에 도착한다. 작업반장이 다가와 “D 인력소에서 오셨죠?”라고 묻는다. 아저씨들과 함께 반장 앞으로가 오늘 할 일을 지시받는다. 가장 먼저 하달 받은 일은 기존에 있던 선반을 분리해 칸을 더 늘리는 일이다. 선반에 있던 물건들을 다 빼고 조립해야 하는데, 선반에 있던 옥수수포대를 옮기다 실수로 포대에 구멍을 내 가루를 쏟았다. 순식간에 무거워진 분위기. 초짜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오히려 이 사건 덕에 마음을 다잡게 된다.
오전 9시가 되자 인부 대부분이 현장에 출근한 듯 보인다. 이날 약 20명의 작업 인부 중 기자가 확인한 20대는 3명.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였다. 같은 인력소에 배정받은 박동호(39) 씨는 “공사판에 20대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늘었다. 특히 7~8월 방학 때는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선반 만들기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자 반장이 다가와 핀잔을 주기 시작한다. “다 큰 사람들이 이거 하나 제대로 못 만드나”, “남자가 몇 명인데 뭐하는 거냐” 등의 무시 발언이 쏟아진다. 참다못한 인부 한명이 반장을 심하게 노려보자 반장은 이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된다. 같이 일하던 인부 아저씨가 “노동의 양은 어딜 가든 비슷하다. 그날 일이 힘든지 안 힘든지는 그날 만나는 사람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 그 말에서 철저히 을의 입장인 ‘일용직’이지만, 말 그대로 하루만 볼 사이니 언제든지 이판사판 엎고 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재미를 발견했다.


오전 11시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일하다보면 초반의 ‘꽤 할 만하네?’라는 생각이 서서히 사라진다. 귀는 시끄러운 장비 소리에 멍멍해지고 눈은 시계, 앉을 만한 곳, 쉬워 보이는 일을 찾기 바쁘다. 잠시 주어진 쉬는 시간에 20대 노동자 한명을 만났다. 올해 여름부터 일을 시작했다는 김성현(26) 씨는 “부모님께 신세지기가 죄송스러워 돈이 떨어지면 현장에 나온다. 취직이 마음처럼 안 될 때마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겁이 난다”고 말한다. 이어 현장에서 20대를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일을 할 때는 엄하게 대하지만, 또 쉴 때는 막내라고 챙겨주기도 한다. 장단점이 적절하게 있는 것 같다”고 답한다. 왠지 모를 울컥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Half Line
12시가 되면 다들 점심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현장을 벗어난다. 공사장 주변 허름한 식당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다양한 메뉴가 마련된 뷔페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나중을 위해 음식을 입속에 최대한 많이 구겨 넣는다. 그리고 공사장 구석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작업에 착수한다. 오후부터는 현장 청소 작업이 주어졌다. 건물을 지으면서 생긴 잔해를 치우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럴 줄 알았지, 역시 밥을 든든히 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2시 반, 슬슬 한쪽 어깨가 결려오며 끙끙거리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구석에 소심하게 뱉었던 침은 3시 반을 기점으로 아무 곳에 뱉게 된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간대다. 급격하게 힘이 빠지면서 너도 나도 자재들을 마구 던져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몇 번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그나마 마지막 한 시간은 ‘곧 일당을 받을 수 있다’는 동기부여 덕에 잘 버틸 수 있다.


드디어 5시가 되자 작업반장에게 철수해도 되냐고 묻는다. 허락이 떨어져 기쁘지만 환호할 힘마저 없다.

 

  Finish Line
일을 마치고 인력사무소로 돌아오자 온화하게 생긴 젊은 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 하루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여기 서명 해주세요”라며 종이를 내민다. 현장에서 천대를 받은 탓인지 사소한 환대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서명을 하고 일당 11만원에서 10%를 제한 총 9만9천원을 받았다.


밖으로 나오니 오후 6시 10분, 벌써 어둠이 드리운다. 친구들과의 소주 한잔이 간절하다. 동네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문득 매일 이렇게 산다는 생각을 해봤다. 발전을 꿈꿀 수조차 없는 매일이 반복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진다. 오늘 하루 얻은 것이라곤 녹초가 된 몸, 그리고 하루 이틀 겨우 버틸 수 있는 지폐 몇 장이 전부였다.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20대 일용직 노동자가 많아지고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직접 체험해보니 청년들이 이처럼 한시성 고용에 매달리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다음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윤영빈 기자  321225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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