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고백 <39> 조소앙의 바람
역사고백 <39> 조소앙의 바람
  • 단대신문
  • 승인 2015.11.25 00:47
  • 호수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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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꿨던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 삼균주의를 제창한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

11월 가을비가 내린 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슬프고 먹먹하였소. 남대문 일대에선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과 빈민·노동자들이 처연히 생존권 사수를 외치고, 시청광장에는 교사와 비정규직 청년·지식인들이 국정교과서 반대행진을 벌이며 도시 한복판을 가득 메우더이다. 수만의 시위대와 경찰들이 실강이를 벌이다 결국 생명이 위독한 피해자도 나오니, 나와 동지들이 이런 나라꼴을 보려고 평생 고생했는지 회의가 오는구려. 허나 국민을 ‘폭도’로 모는 집권여당의 후안무치를 보니, 대한민국 건국에 앞장선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구려.

1887년 경기도 파주군에서 태어난 나는 17세에 성균관을 수료한 후 황실유학생으로 일본으로 건너갔소. 20세에 명치대학 법학부에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8년 동안 법철학과 행정법·국제공법을 비롯해 민주주의론 등 신사상을 두루 섭렵하였소. 그 후 중국으로 망명해 신아동제사를 만든 나는 1917년 민족운동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 임시정부를 수립하자는 ‘대동단결선언’을 기초하였소. 이어 1919년 1월 만주의 대한독립의군부에서 김교헌·김동삼 등과 함께 대한독립선언서를 작성해 발표하였소.

그해 3월 상해로 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우는 일을 하면서 나는 3일 밤낮을 뜬 눈으로 보냈으나 조금도 피곤을 느끼지 못했소. 4월 10일 밤 29인회의를 임시의정원 1차 회의로 이어나가 다음날 정부를 수립하였지요. 난 임시헌장 심사위원, 임시의정법 제정 기초위원으로 참여해 정부수립에 한 몫을 다했소. 또 유럽의 스위스로 건너가 36개국 대표가 모인 국제사회당대회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국제연맹에 가입할 수 있도록 요청해 통과시킨 쾌거를 이룬 바 있지요.

상해로 돌아온 난 임정의 외무총장과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했어요. 그러다 1930년 안창호·김구 등과 함께 한국독립당을 창당하여 외교업무를 전담했지요. 이곳에서 난 당이 지향하는 대의를 표명하는 당의와 당강을 만들었는데,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의 균등한 생활을 추구하였지요. 이 주의는 곧 정치균등·경제균등·교육균등을 지향하는 삼균주의로 발전해 임시정부의 주의로서 대내외에 선언되었지요. 

삼균주의는 1941년 임시정부가 일제의 패망을 예견하며 해방 후 국가건설 방략을 구체화할 때도 그 바탕이 되었소. 1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건국강령이 결의되었는데, 새 국가는 일체의 식민통치기구를 박멸한 후 곧장 삼균제도의 강령과 정책을 실행하도록 규정했지요. 이때 토지와 대생산기구의 국유화, 고등교육의 국가전담, 극빈계급의 생활정도와 문화수준 올리기 등을 추진하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일제에 부화한 자, 독립운동과 건국강령을 반대한 이른바 반민족행위자의 선거·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했어요. 이 건국강령이 해방 후 제대로만 시행되었어도 지금보다 훨씬 정의롭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었을 것이오.

1945년 12월 1일 난 개인자격으로 환국하였지만, 임시정부의 외교부장으로서 신탁통치 반대운동에도 앞장섰소. 1948년 이승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김구 주석과 함께 평양에 가 남북협상에 참가하였소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소. 이에 난 삼균주의를 실행할 사회당을 조직해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참여하기로 했소. 1950년 제2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전국 최고득점으로 당선되었으나, 불행히 6·25전쟁이 터져 납북되고 말았소. 내 비록 북에서 중립화통일운동을 벌이다 불귀의 객이 되어 평양 애국지사 묘역에 묻히고 말았지만, 억울하고 가난한 국민 없이 정의롭고 균등한 통일된 대한민국을 향한 내 간절함을 알아주기 바라오.

김명섭 사학과 강사·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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