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알레르기』 - 청춘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 한 줄
<도서> 『알레르기』 - 청춘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시 한 줄
  • 전경환 기자
  • 승인 2015.11.25 18:55
  • 호수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人문화in 117
   
 

지난날 좋은 시의 기준은 화려한 필력을 기반으로 내적 의미를 담아내 사람들의 감정을 사로잡는 정형시였다. 윤동주의 「서시」, 김소월의 「진달래 꽃」,  이육사의 「광야」등의 작품이 모두 한번쯤 들어봤을 대표적인 정형시다.

오늘날까지도 시를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형시를 떠올리곤 한다. 과거에 형식에 맞추지 않았거나 작품의 내용이 직설적인 경우 저급한 시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삶의 단상을 감각적인 언어로 담아낸 자유시가 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젊은이들의 큰 공감을 산 원태연 시인의 시집 『알레르기』이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등 감각적인 언어로 가득한 그의 시집들은 청춘의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날카로운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알레르기』는 1994년 출간돼 성장통과 같은 젊음의 한 단면을 섬세한 필치와 감성으로 그려내 원태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내가/어떻게/잘/있겠니/도대체/내가/……어떻게/잘 있을 수/있겠니……’ 제1부 ‘재회’에 수록된 시인의 이별 경험을 애절하게 표현한 작품「재회Ⅴ」이다. △운전을 하며 △실수 △이상한 게임 △시계 등 1부에는 총 19편의 시가 수록됐다.

‘뭘 해 보고 싶어도/돈이 안 댐빈다고/그럼 시비 걸어/댐빌 때까지’는 2부 ‘세상’에 수록된 22편의 시 중 「해결」이라는 작품이다. 군 생활에 지쳐 삶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그의 눈을 통해 투시되는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색다른 자극과 공감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어쩌면/못 이루었을 때/이루어지는’, 「꿈」이라는 작품이다. 날갯짓을 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럴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단 세 문장으로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다니,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정말 싫어질 때 △어쩌란 말인지 △후회 △실종 등 19편의 시로 수록된 마지막 4부의 주제는 ‘이별’으로 꽤나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사랑과 이별, 세상의 부조리 등을 여과 없이 담았다. 특히 ‘날/침대로 쓰러뜨렸지/달콤한 혀와 함께/그곳으로 손이 들어왔지/꿈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지/내 손을 가슴으로 끌어당겼지/만질 수 있는 행복을 주었지/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그래도 조심하며 보다듬었지/안심하게 되었지/여기까지 왔으면 다 됐다 싶었지/오래된 부부처럼 생각하게 되었지/혀가 멈추었지/손길이 멈추었지’ 「Sex」는 직설적이고 간결한 표현으로 오랜 연인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묘사해 많은 이의 공감을 끌어냈다.

때론 로맨스소설보다 더 달달하고, 슬픈 영화보다 더 애절한 것이 바로 시라고 생각한다. 수준 높은 정형시들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읽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자유시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딱딱한 글, 오가는 형식적인 메시지가 아닌 ‘공감’과 ‘힐링’으로 다가오는 감동적인 시. 청춘의 단상에 몸을 맡기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감성을 느낄 틈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원태연 시인의 감성 시집『알레르기』가 지친 마음을 녹이는 한줄기 따뜻한 빛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전경환 기자 32154039@dankook.ac.kr

전경환 기자
전경환 기자 다른기사 보기

 32154039@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