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오늘의 기억들
잃어버린 오늘의 기억들
  • 신원택(국어국문·3)
  • 승인 2015.12.01 12:28
  • 호수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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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거듭할수록 느끼는 건 내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눈을 감고 오늘 하루 일과를 생각해본다. 분명 오늘의 나는 16시간째 살아가고 있지만 그 중 확실히 기억나는 건 거짓말 좀 보태서 10시간 정도랄까….

그럼 나머지 시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4분의 3 정도 지난 올해 2015년 중에서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몇 달 정도일까. 한 달도 안 되려나? 그리고 다시 한 번, 대학교에 들어온 이후를 기억해본다. 기억나는 것들은 더 줄어들 뿐이다.

싸이월드의 일부 기능들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리나케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방명록과 일촌평을 백업했다. 미니홈피를 둘러보니 나의 새내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 많았다. 지금은 같이 먹고 살 걱정하는 친구들이 아기와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사진 속 내 얼굴은 지금과는 꽤 많이 다른, 앳된 얼굴이었다. 항상 ‘대학 새내기 시절 때 진짜 재밌었지’, ‘그때만큼 즐겁게 놀았던 적도 없었지’라고 말하곤 했지만 직접 사진으로 보니 더 실감났다. 그땐 순수했고, 철없었고, 바보 같았다. 하지만 어렸다. 겨우 그것뿐이지만, 정말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2011년에 일어난 일도 나는 대부분 잊고 지내고 있었다. 나의 철없었지만 순수했던, 어리고 신선한 기억을 잊고 지낸 것이다.
내 기억들은 도대체 왜 어디서부터 사라지고 있었던 걸까. 고민해봐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기억이 남아 있고 사라진 기억은 왜 사라졌을까. 고민해 봐도 기준을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디지털 세상 속에 담겨 있는 사실일지도 모르는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난 어디까지 기록해야 하고 어디까지 기억해내야 하는 걸까. 자기 자신의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놈이 감히 다른 사람, 사물의 역사를 논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일까.

이 생각마저도 몇 년 뒤면 내가 잊고 지내는 것들 중 하나가 될 뿐일 거라고 생각하며 나는 디~잎 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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