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예능이 아닌 다큐야”
“인생은 예능이 아닌 다큐야”
  • 승인 2015.12.01 16:29
  • 호수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업률

◇ ‘인도의 살아 있는 영웅’이라 불리는 나렌드라 자디브. 그는 불가촉천민의 출신임에도 국제적으로 명성 있는 경제학자다. 그리고 인도의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기까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도에선 태생적 한계로 여겨지는 신분의 틀을 깨고 말이다.
 

그의 유명한 저서 『신도 버린 사람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미운오리새끼라고 생각하고 생을 낭비하는 수백만의 백조가 있다.’ 하반기 취업전쟁으로 한차례의 폭풍을 거친 이 시점, 이 구절이 유독 와 닿는 건 경쟁에서 밀려 절망과 자책을 하고 있을 백조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 얼마 전 구직자 중 90% 이상이 ‘취업사춘기’를 겪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취업사춘기의 증상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지며, 장래에 대한 고민이 늘어나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져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어 우울증과 구직의욕 감퇴, 수면장애, 대인기피증과 불안장애의 단계까지 진화된다고 하니 새삼 구직 스트레스의 심각성이 와 닿는다.
 

취업난이 심해지자 취업률이 곧 대학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학문의 깊이보단 취업실적이 우선시되는 대학이라니, 큰(大) 공부를 한다는 그 이름이 무색하다. 중·고등학생 땐 명문대 진학이, 대학생 땐 대기업 취업이 성공의 기준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작용하고 있다. 당장의 생계와 직결된 취업이라지만 전후맥락으로 봤을 때 결국 사회적 시선이 이러한 잣대를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 이번 호의 보도 면에선 우리 대학의 취업률을 다룬 기사가 게재됐다. 취재기자는 현재 졸업생의 취업률은 개인보험 가입여부로 판가름 나는데, 그 집계기준이 매우 다양해서 하나의 명확한 수치를 제시할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더군다나 창업과 같은 개인 사업이 활발해진 현 사회에서 말이다. 또한 수치보단 ‘양질의 취업’이 더 중요하다는 충고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취업 여부를 수치로 환산해 등급화 한다는 게 애초에 가능하기나 한 걸까. 보험가입이라는 기준 또한 가당치 않다. 뫼비우스 띠의 끄트머리인 취업여부에 관련된 수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 거였다. 또한 대학 졸업 이후에도 현실이란 벽에 갇혀 취업의 문턱을 바라보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청소년기 이후, 구직자들이 입시 스트레스와 흡사한 두 번째 사춘기를 겪게 되는 것도 결코 이상현상이 아니다.
 

◇ 지난달 김장을 하러 모인 친척들과의 자리에서 방송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자 20여 년간 ‘삼성맨’으로 종사하신 이모부께서 답하신 말씀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인생은 예능이 아닌 다큐야.’ 오늘도 미운 오리와 백조의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이 오갈 우리 시대의 청춘들을 응원해본다.

<眉>

眉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