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산책을 마치며
만화산책을 마치며
  • 전경환 기자
  • 승인 2015.12.01 20:19
  • 호수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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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세계에 존재하는, 아니 세계 속에 존재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물과 사건이 자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목소리 높여 외친다. 자위대원의 희극 같은 일상생활로부터 독일의 김나지움에서 펼치는 소년들의 동성애 유희에 이르기까지, 다루기가 불가능한 주제는 없다고 의기양양하게 주장한다. 만화는 그런 주제를 다양한 수법과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통해 실로 다양한 형태로 표상(表象)해간다. - 요모타 이누히코

얼마 전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의 『겨울동물원』을 읽었다.  만화가를 꿈꾸는 젊은 청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겨울동물원』이 이야기하는 시대적 배경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60년대의 일본은 학생운동이 격렬하였고, 만화가들은 매주 정신없이 마감에 시달렸다. <가로 ガロ>와 <COM>이 등장하였고, 쓰게 요시하루(つげ義春)가 『나사식 ねじ式』을 발표했다. 『겨울동물원』에서는 이처럼 당시의 풍경과 만화를 시작하던 작가 자신의 모습을 주인공 하마구치를 통해 드러낸다. 풋풋한 사랑이야기와 더불어 그 시절의 풍경과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사가 있다.

“더 모험을 해봐라 소년! 만화는 자유야!”

내가 만화를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은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 또래들은 어렸을 적에 『드래곤볼』같은 소년만화를 보면서 자라왔다. 나도 친구들과 함께 『드래곤볼』을 보고 좋아하고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나는 자연스레 만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만화가를 꿈꾸게 되었다. 입시미술을 하고 대학에 애니메이션 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는 잠시 만화에 대해 열정을 잃었던 적도 있었다. 그 사이에 뭔가 지겨움과 식상함을 느꼈던 시기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일본 고전 만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 같았고 나는 다시 한 번 진득히 만화를 공부하게 되었다. 단순히 학구적으로 공부만 한다면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나는 그 과정에서 많은 작품들을 찾아보았고, 그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이런 작가와 작품들이 있었다니, 만화의 세계는 드넓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만화는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 페이스북에 만화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단국대학교 신문을 포함한 여러 곳에 만화를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만화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여러 형태로 만화를 소비한다.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하여 웹툰을 많이 소비한다. 나도 간간히 웹툰을 소비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서점 만화책 코너에서 만화를 고르는 일이 좋다. 집에서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이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단국대학교 신문에 기사를 쓸때 ‘만화산책’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산책을 할 때의 기분을 만화를 볼때도 느끼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우울했던 기분을 해소하기도 하고 간혹 새로운 풍경을 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앞으로 만화를 보면서 많은 것들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만화를 보는 일은 삶에 꽤 도움이 된다. 만화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고, 매서운 추위에 코끝이 찡하고 입김이 나온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추위와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이 들 때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만화책을 읽다 잠들기를 기대해본다.


권성주 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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