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어주는 기자<1> 「김영철전」
고전 읽어주는 기자<1> 「김영철전」
  • 김채은 기자
  • 승인 2016.03.08 20:29
  • 호수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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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영웅의 아이러니

“이런 충성스러운 사람이 이 세상에서 잊힐까봐 내가 이 전을 지어 후대 사람에게 전하고자 한다”
(115p, 『옛 소설에 빠지다』)

 

16, 17세기 연이어 발생한 임병양란은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재편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의 국내 정세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계속된 전쟁으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진 가운데, 민족의 수난을 반영한 작품들 또한 대거 등장했다. 그 중 작품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김영철전」은, 명과 후금이 격돌하던 시대에 덩달아 전쟁에 휘말린 조선 민중이 겪은 가족 이산과 고통을 다뤘다.

『유하집』에 실린 「김영철전」은 단편소설의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평민 출신 주인공 김영철의 일대기를 몹시 사실적으로 서술했다. 한 개인의 일대기가 아닌, 전쟁을 겪은 민중들의 보편적인 고난을 아울렀다. 이 때문에 당대 동아시아사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 홍세태는 이 소설에서 고국을 위해 희생했음에도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민중 김영철의 아이러니한 삶을 꼬집었다. 재산을 탕진해 궁핍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김영철의 모습에선 위정자 층의 무능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라의 책임 있는 위정자들이 그를 보호하지 않아 계속 빚만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쟁 통에서 민중들이 겪은 고통의 책임은 위정자 층에 있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한다. 국가가 백성을 전쟁에 동원했으면 참전에 대한 응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17세기 초반 조선 조정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아 오히려 충성을 다한 국가적 용사들과 그 가족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패전 소식 이후 수많은 백성의 통곡 소리에도 비변사의 신료들이 걱정한 것은 오로지 대국 명의 의심을 사는 것뿐이었다.

나라의 입장이 이러므로 당시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대접받지 못한 백성의 삶이 고달프고 비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다. 자기 백성의 권익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착취만 하는 국가는 허위의 존재일 수밖에 없다. 홍세태는 「김영철전」에서 이러한 사회의 모순을 되짚었다. 이 소설의 의도 또한 수많은 국가적 영웅을 후세에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한 블로그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용사의 정보가 화재로 손실됐다는 이유로 한 번도 참전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참전용사인 본인과 가족들은 혜택은 커녕 작은 명예조차 누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가에서는 나라에 헌신하고 충성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막상 충의를 다해도 외면하는 것은 물론 삶 자체를 더욱 곤궁하게 한다면 어느 누가 자발적으로 나라를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울러 이런 사회에서는 자발적으로 나라에 헌신할 수 있는 애국의 인재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한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날에도 나라에서 민중의 고충을 외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는 「김영철전」을 통해 ‘나라’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지, ‘국민’을 위해 ‘나라’가 존재하는지 재고해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
 

저  자  조혜란
출판사  마음산책
출판일  2009. 04. 01
페이지  352쪽

김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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