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대사를 만나다 ① - 주한 스웨덴 대사 ‘안내 훼그룬드’
북유럽 대사를 만나다 ① - 주한 스웨덴 대사 ‘안내 훼그룬드’
  • 윤영빈·권혜진 기자
  • 승인 2016.03.22 16:52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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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기회·다양성 존중·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복지국가’
■주한 스웨덴 대사 ‘안내 훼그룬드’(Anne HOGLUND) ● 1991년~1993년 스페인 스웨덴총영사관 영사 ● 2010년~2013년 콜롬비아 스웨덴대사관 대사 ● 2015년 9월~현재 주한 스웨덴대사관 대사


질문지를 들고 대사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행복지수 세계 8위, 살기 좋은 나라 세계 5위, 청렴도 세계 3위, 노인행복지수 세계 3위로 알려진 스웨덴.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인 우리나라와는 대조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 6월 6일 스웨덴의 건국기념일을 기념하는 기념식의 모습 (출처: www.sweden.se)

깔끔한 복도와 두꺼운 문 2개를 지난 후 들어선 스웨덴 대사관 회의실. 잠시 후 ‘안네 훼그룬드’ 대사와 대학생 대사관 인턴인 ‘요한나 텔’ 씨와 ‘악셀 쿨란데르’ 씨가 차례로 들어왔다.


가벼운 인사로 훼그룬드 대사(이하 대사)에게 한국의 첫인상을 묻자, “바다가 있는 부산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면서도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역동적인 나라인 것 같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대사는 특히 발전 지향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첫 질문인 스웨덴 대학생들의 생활상에 대해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매우 사회적이다. 내 딸은 공부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또한 대부분의 대학생이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정치 이슈와 세계의 변화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이게 말한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악셀 씨도 덧붙여 “스웨덴의 젊은이들은 좋은 성적보단 사회에 속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 ‘난 좋은 팀원이다’, ‘난 매우 사교성이 있는 사람이다’와 같은 점을 중요시 한다”고 설명했다.

 

‘강한 사회’는 모든 이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

 

▲ (출처: www.sweden.se)

스웨덴은 GDP대비 사회복지지출이 28.1%(OECD 주요국 중 7위)를 차지한다. 이는 OECD 평균인 21.6%에 웃도는 수치다. 이러한 복지 시스템에 대한 설명에 앞서 대사는 스웨덴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설명했다. 스웨덴의 복지를 단순히 복지만을 놓고 봐서는 안된다는 취지였다.


대사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은 까닭은 국가가 ‘모든 사회구성원이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선 모든 국민이 동등한 교육기회와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 또한 국민과 국가 간의 신뢰가 중요하기에, 정부에선 세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스웨덴의 복지체제는 사회적 가치와 정치적 전통, 투명한 재정관리 등이 합쳐진 ‘복합체’이며, 오랜 역사를 거쳐 국민과 함께 발전해왔다. 즉, 국민 전체가 복지제도를 학습해가면서 성장했기에 오늘날의 탄탄한 제도가 형성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도 스웨덴식의 복지가 적용 가능한지 묻자 대사는 “물론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복지의 겉모습만 받아들이긴 어려우며, 국민이 원하는 복지제도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라고 답했다.

 

차별금지법, 스웨덴의 경쟁력은 사회 다양성에서 비롯돼

 

▲다양성이 존중되는 스웨덴 사회 (출처: www.sweden.se)

양성평등, 사회적 약자보호 등의 질문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대사는 “사회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남녀평등의 가치는 중요하다. 스웨덴 사회는 여성이 정치적·사회적 결정과 노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정부와 기업체 내의 남녀 비율 또한 거의 반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뿐만 아니라 ‘이케아(IKEA)’ 같은 기업에서도 다양성을 중요시 하는데, 다양한 인재들을 특정 그룹에서만 한정해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사는 “차별을 하면 재능 발굴의 기회가 그만큼 줄어 들기 때문에 국가시스템 능력이 저하된다.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여성들의 도전정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사회적 약자보호 정책에 대해선 요한나 씨가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이 사회 내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는데, 이에 따라 “장애인들도 사회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에 접근할 수 있고, 대학 같은 모든 공공시설에서의 이동과 활동이 원활하게끔 배려한다”는 것이다.


한편 스웨덴은 지난해에만 16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한, 인구 대비 망명자 비중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현재 주요 국제이슈로 떠오른 난민수용 문제에 대해 대사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지지가 바탕에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스웨덴의 난민수용정책의 핵심은 바로 연대의식, 인도주의적 가치다. 난민이 스웨덴 사회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가면서 발붙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사는 “난민문제는 경제보다는 인도적인 차원의 문제이다. 스웨덴은 크지 않은 나라여서 난민수용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개방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이민법의 정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경제위기에 대처한 사회안전망

▲ (출처: www.sweden.se)

8년 유럽경제위기 당시 스웨덴 역시 2008년, 200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2010년에는 6.6%의 성장을 기록하며 타 유럽 국가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대사는 “위기가 일어나기 수년 전에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했고, 유럽경제위기 당시 스웨덴은 실업률 증가 외에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스웨덴은 위기에 대비해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망’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 일자리 찾기 등의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의 노동권을 중시하는 스웨덴 사회의 전통에 대해 “스웨덴의 노동조합은 매우 강한 영향력을 발휘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정부로서도 재정정책으로써도 중요하기에 스웨덴의 정부·노동자·노동조합은 하나의 파트너로서 작용한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사람은 정부로부터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 받고, 새 직장을 찾을 수 있게 재교육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현재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스웨덴의 사정은 어떤지 묻자 “청년실업 문제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이며 스웨덴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노동시장과 젊은이들 간의 미스매칭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직장에서 높은 수준의 월급을 지급하는데, 이것이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그래서 스웨덴은 현재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을 제공할지, 급여를 낮춰 노동시장에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답하며 후자의 경우 노동조합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무언가를 결정하면 그 뒤엔 항상 힘든 것이 따른다


끝으로 인생의 선배로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대사는 “나는 항상 자녀들에게 후회할 행동은 하지 말라고 한다.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그 뒤에는 항상 힘든 것이 따른다. 몇몇 사람들은 어떤 일을 쉽게 이루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한국 청년들도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게 뭔지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윤영빈·권혜진 기자
윤영빈·권혜진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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