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지하철 여행 ② 2호선(신촌역, 시청역, 건대입구역)
나 홀로 지하철 여행 ② 2호선(신촌역, 시청역, 건대입구역)
  • 이영선 기자
  • 승인 2016.03.22 16:55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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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모든 곳. 외로움과 함께 떠나다.

비 온 다음 날의 아침. 적당한 수분을 머금은 찬 공기가 상쾌하다. 이제부터 기다려야 할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혼자만의 자유여행이 시작된다. 2호선에 올라타 첫 번째 여행지인 신촌역으로 가는 길.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다리 사이에 우산 하나씩을 끼고 앉아있다. 젖은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 서울에 온 것을 몸소 느낀다.

신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걸어 나오면 펼쳐지는 젊음의 거리, 연세로다. 미리 알아봐 둔 식당으로 향한다. 신촌역에서 약 5분 정도 걸은 후 1인 식당으로 유명한 라멘집 ‘이찌멘’에 도착했다. 각 자리 사이에 놓인 칸막이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자리마다 마련된 식수대와 휴지, 혼자 식사하러 온 사람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식사를 마친 후 찾아간 곳은 10분 거리의 퍼즐 카페. 음료 한 잔을 시키면 150피스의 직소 퍼즐을 무료로 두 번까지 즐길 수 있다. 세 번 이상 맞추고 싶다면, 혹은 150피스 퍼즐이 시시해 더 많은 피스의 퍼즐을 원한다면 구입해서 이용하면 된다. 손님들 모두 퍼즐에 집중하기 때문에 혼자 왔다고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조각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마지막 한 조각이 마침내 퍼즐을 빈틈없이 메웠을 땐 짜릿함마저 느껴진다.

신촌역에서 네 정거장을 지나면 시청역에 도착한다. 1번 출구로 나와 잠시 걸으면 바로 옆쪽으로 덕수궁이 보인다. 긴 세월 동안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며 국난 극복의 상징적 공간으로 알려진 덕수궁. 덕홍전, 함녕전, 중화전 등 많은 전각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만 24살 이하는 무료입장이며, 관람해설이 여러 언어로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된다. 대한문을 통해 입장하니 때마침 내리는 포근한 눈에 덕수궁의 아름다움이 한층 더 진해진다.

연인과 함께 걷고 나면 얼마 가지 않아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로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한다. 여러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4월 5일까지 전시되는 <2016 SeMA Blue 서울 바벨>의 입장료는 무료다. 젊은 예술가와 기획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시라서인지 곳곳에서 그들의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입구부터 형형색색의 다양한 작품이 정돈되지 않은 느낌으로 어질러져 있고, 밟고 올라서거나 헤드 셋을 끼고 감상하는 작품도 있다. 한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는 젊은 여성의 뒷모습과 겹쳐진 작품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듯하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건대입구역에 위치한 ‘커먼그라운드’. 6번 출구로 나오면 파란색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커먼그라운드의 모습이 드러난다. 외관부터 남다른 이곳은 200개의 대형 컨테이너로 구성된 국내 최초,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쇼핑몰이다. 이곳에는 쇼핑몰을 비롯해 테라스에 마련된 식당, 작은 전시회장이 있다. 곳곳에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템들이 가득하고 한쪽에서는 DJ가 틀어주는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쇼핑몰 중심에는 푸드 트럭이 있어 이국적인 느낌도 든다.

벌써 시간은 어둑해지는 오후 6시. 돌아가는 길,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 또다시 혼자 걷는 길이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진다. 문득 더 시간이 흐르고 나면 혼자 타는 지하철이, 혼자 먹는 밥이, 혼자 걷는 길이 익숙해질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줄/정/의/

나 홀로 여행이란 ‘예습’이다.

이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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