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능성’ 보여준 인공지능 알파고
‘인간의 가능성’ 보여준 인공지능 알파고
  • 정만호(국어국문·2)
  • 승인 2016.03.22 17:34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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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세계의 화제다. 이세돌 9단의 탁월한 수싸움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는 어림없다고 생각했던 바둑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은 사회 전체에 ‘AI 공포증’을 몰고 왔다. 모든 미디어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불길한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게는 일자리 문제에서부터, 크게는 영화처럼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불쑥불쑥 솟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 자체를 ‘악마의 연구’라고 부르며, 이 이상 인공지능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러한 불안감이 일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KBS 사극 <장영실>을 생각해보자. 세종과 신하 과학자들이 이룬 과학적 성취에 대해서, 사극 속 고관대작들은 “성리학의 이상을 멀리하고 격물(格物)에 침윤되면 장차 나라가 망한다”며 결사반대하고 나선다. 실제에 비하면 과장이 들어가 있을 테지만, 사극 속 사대부들이 격물에 대해서 취하는 태도는 바로 이 순간 사람들이 알파고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다. 수백년 뒤의 사람인 우리는 그들을 변화를 무서워하는 수구꼴통처럼 여기고 있지만, 당장 우리 역시 같은 상황에 부닥치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파고가 보여주고 있지 않던가. 아니 현대 우리들의 생활상이 육백 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격물에 침윤된 말세’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찾아올 AI와의 공존시대를 두고 우리가 온갖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며 지레 겁먹어본들 또한 부질없는 것은 아닐까.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에 관한 인간적 담론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단지 본능적 공포감에만 근거를 두고 이야기한다면, 후세의 역사에 우리가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한 꼴통들로 길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AI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더 탐구할 필요가 있다. 무지에 근거한 두려움은 결코 유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중해야 하지만 공포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알파고는 엄밀히 말해 인간에게 불가능이란 없음을 증명해준 물건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 컴퓨터가 바둑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이라 말했지 않던가. 그런데 그 불가능이 깨졌다고 해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독한 아이러니가 될 뿐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언제나 불가능에 도전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거기서 태어난 새로운 불가능에 다시 도전하며 이어져 왔다. 그런 의미에서 알파고는 오히려 인간에게 불가능이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불가능’이라는 임시 딱지가 붙은 도전 과제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하물며 이세돌 9단 역시 다섯 차례의 대국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인간은 아직도 치열하게 성장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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