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 ① 봄

“봄노래 부르자: 대중가요 속 봄노래”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03.22l수정2016.03.22 22:04l1406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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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다. 봄은 교정의 산수유나무에서, 따뜻한 햇살과 공기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입생의 얼굴에서 온다. 봄이 오면 누구나 한 번쯤 봄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봄 처녀 제오시네>, <봄이 오면> 등과 같은 가곡은 말할 것도 없고,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로 시작하는 이정선의 <봄>과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로 시작하는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도 떠오른다. 아마 나이와 세대에 따라 떠오르는 봄노래도 제각각일 것이다. 그러면 대중가요 중에서 봄을 소재로 한 가장 이른 시기의 노래는 어떤 곡일까?

일단 광복 이전에 유성기 음반에 수록된 5,000여 개의 대중가요 중에서 제목에 ‘봄’이 들어가는 노래는 약 124곡 정도이다. 이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발매된 ‘봄’ 관련 노래는, 아마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가수이자 학사 가수라 할 수 있는 채규엽의 <봄노래 부르자>(서수미례 작사, 김서정 작곡)일 것이다. 1930년에 콜롬비아 음반회사에서 발매된 이 노래는 ‘봄을 맞이한 기쁨을 노래 부르고 찬미하자’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가사는 “오너라 동무야 강산에 다시”로 시작한다.

1930년이면 일제강점기인데, 무슨 ‘봄노래’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고, 더러 사람들은 봄을 찬미하기도 했다. 그게 일상이었으므로. 일제는 1934년부터 본격적인 대중가요 검열을 시작했다. 덕분에 1930년대 초반에는 ‘소극적인 저항’을 보여주는 노래를 포함하여 다양한 노래가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노래 속의 ‘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부르거나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강산에 다시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의 ‘봄’을 ‘독립’으로 해석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역시나 ‘봄’하면 떠오르는 봄노래의 압권은 <봄날은 간다>(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이다. 1953년에 백설희가 부른 이 노래는 백설희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은 물론이고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를 정도로 유명한 노래이다. 황금심, 은방울자매, 금사향, 한영애, 장사익 등이 모두 이 노래를 다시 부른 대표적인 가수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2004년에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시인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을 선정했을 때, 이 노래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봄날은 간다>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봄의 기쁨보다 봄의 슬픔을 노래한 것이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다분히 토속적이고 향토적인데, 옷고름, 성황당, 청노래, 역마차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첫 구절부터 아련함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노래는 “봄날의 찬란함과 인간의 허무한 심정을 대비시키면서 한국적 정서를 드러낸 절창”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같이 울고 같은 웃던” 임이 떠나고 나서, 체념하듯이 “봄날은 간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대중의 공감을 얻지 않았나 싶다.

어르신들에게 <봄날은 간다>가 있다면, 젊은 사람들에게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있을 것이다. 2015년 3월에, 대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듣고 싶은 봄노래’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노래가 바로 <벚꽃엔딩>이다. 2012년 버스커버스커의 1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그야말로 봄의 설렘과 떨림을 사랑의 시작과 연결해서 발랄하게 묘사하고 있다. “봄바람이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거리를 사랑하는 이와 손잡고 걸어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제로 그러하든, 아니면 단지 소망이든, 아름다운 장면인 것은 맞다.

“봄노래 부르자”라고 했으나, 사실 현실이 그렇게 녹녹하진 않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봄인가 싶으면 여전히 꽃샘추위가 비웃듯, 고개를 불쑥 내민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소란스럽고 북한은 연일 핵으로 위협한다. 게다가 ‘알파고’란 무서운 놈은 바둑에서 이세돌을 4대 1로 이기며, 기계의 맹위를 떨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란다. 우리 마음속에 봄이 오기를. 그 봄마저 언젠가 가겠지만, 갈 것을 알면서도 봄을 기다리는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바라노니, 부디 우리에게 오소서. 봄이여, 오소서. 우리는 봄노래 부르며 ‘그대’를 마중할 테니.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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