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어주는 기자 <2>『제인 에어』
고전읽어주는 기자 <2>『제인 에어』
  • 임수현 기자
  • 승인 2016.03.23 11:59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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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슬러 여성인권을 외치다
저 자 샬롯 브론테 책이름 제인 에어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13. 6. 25 페이지 718쪽

“만약 하느님께서 제게 약간의 아름다움과 상당한 재산을 주시면, 지금 제가 헤어지는 게 괴로운 만큼이나 당신도 저와 헤어지는 게 괴롭게 만들 거예요. 저는 지금 관습이나 인습 또는 육체를 통해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마치 우리 두 사람이 무덤을 지나 하느님 발치에 서서 평등하게 이야기 하는 것 처럼요. 물론 지금도 평등하지만요.”
(366p, 『제인에어』)

내세울 것 없는 가정교사 신분의 여인이 짝사랑하는 주인에게 이런 당돌한 말을 늘어놓는 것은 빅토리아 시대엔 불가능한 일이였다. ‘제인에어’는 ‘로제스터’와 영혼의 통하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비록 환경적으로는 차이가 있지만 영혼의 모습에선 동등하다고 토로한 그녀. 그런 당당한 모습은 로체스터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제인은 외삼촌에게 맡겨졌지만, 곧 미망인이 된 외숙모 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살다 열 살 무렵 엄격하고 열악한 환경의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템플’ 선생님과 친구 ‘헬렌 번즈’를 만나 여성으로서의 유대감을 느끼며 6년은 학생으로, 2년은 선생으로 성장한다.


이후 자유를 찾고자 손필트 저택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주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로체스터에게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내 ‘버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제인은 죽음을 각오하고 손필트 저택을 떠나 광야를 헤매다 쓰러진다. 그 후 생명의 은인인 젊은 목사 ‘세인트 존’을 통해 신앙과 자립을 배우고 청혼도 받게 된다. 하지만 로체스터를 잊지 못해 다시 손필트로 돌아가고,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해피엔딩을 이룬다.


『제인에어』는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이다. 영국은 찬란한 문화와 경제력을 자랑했지만, 남성 중심주의가 만연했다.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한 여인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이 소설은 출간 즉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이 작품의 실제 작가가 ‘커러 벨’이라는 남성이 아닌 ‘샬롯 브론테’라는 여성 작가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사회는 또 한 번 요동쳤다.


『제인에어』는 연애소설보단 사랑을 선택하는 여성의 자존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인은 당당하다.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지 않는다. 작가는 제인의 사랑이 끌려가거나 남자로부터 혜택을 얻는 것이 아닌, 주체적이고 우월한 위치에서 선택되도록 설정했다. 그 결과 제인은 재산과 가족, 사랑을 얻었다.


제인은 불운했던 과거에 연연치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해 개척해나갔다. 남자에게 의존해서 자신의 삶을 가꿀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 여성들에게 제인의 모습은 어쩌면 이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사회 전반에서 여성인권이 화두로 오르고 있는 요즘, 『제인에어』 또한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전 세계의 ‘제인’들이 사회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임수현 기자
임수현 기자

 32120254@danko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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