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읽어주는 기자3. 『아Q정전』
고전 읽어주는 기자3. 『아Q정전』
  • 이상은 기자
  • 승인 2016.03.29 10:18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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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아Q’일 수 있다

아Q는 형식적으로 졌다. 아Q는 잠시 서서 ‘내가 결국 아들놈한테 얻어맞은 셈이군. 요즘 세상은 정말 돼먹지 않았어…’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마음속으로 만족하고 승리해서 가버렸다.
(루쉰, 「아Q정전」 22p 中)

 

‘아Q’는 ‘정신승리법’에 의해서 언제나 승리자였다. 어리석은 그에게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병적인 자존심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부정으로부터 시작한 근거 없는 자신감일 뿐. 아Q가 자신을 치켜세우면 치켜세울수록 현실의 벽은 그런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다.


그럴 때마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정신승리법. 이는 매질을 당하거나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최고이며 일인자라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 승리 덕에 아Q는 현실에선 지더라도 이길 수 있었다.


1800년대 초반까지 강대국이었던 중국은 중화사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넘치는 국가의 힘과 나날이 솟구치는 자존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힘을 길러온 서구 열강은 중국을 차츰 위협해왔다.


국가적 위기에 일부는 반외세를 주장하며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혁명의 물결은 약했다. 대부분의 중국 국민은 서양 세력에 비판적이지 못했고, 있는 그대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신해혁명은 민주주의 혁명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났다.


저자 ‘루쉰’은 신해혁명이 근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실패한 이유를 중국의 국민성에서 찾았다. 그가 의학의 길을 포기하고 문학의 길로 삶의 방향을 전환한 것도 이를 꼬집기 위해서다. 루쉰의 사상은 그의 작품 전체에 녹아있는데, 그 대표작이 바로 『아Q정전』이다.


때문에 아Q에겐 당시 중국의 모습이 함축돼 있다. 중국은 봉건제도로 인한 불평등한 경제 및 신분 사회구조와 신해혁명의 실패로 인한 우매한 국민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Q는 피지배계급으로, 극중 지배계급에 해당하는 ‘대감’이나 ‘나으리’의 핍박을 받는다. 그러나 정신승리법을 사용해 언제나 승리자가 되는 아Q의 모습에선, 신해혁명 뒤에도 변함없는 중국인의 부정적인 면이 풍자된다. 그들의 기억 속에선 항상 승리자가 되는 중국은, 비판의식 없이 수동적인 아Q의 정신승리법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소설은 공개 처형을 당하는 아Q에게 동정보다는 야유를 보내는 구경꾼들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루쉰에게는 구경꾼들 역시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들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는 무지몽매한 ‘아Q형 인간’일 뿐.


한편, 불과 몇 년 전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여성에게 환호를 보내는 중국인의 ‘웨이관 현상’을 보여준 영상이 한창 논란됐었다. 소설 속 모습이 현실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사실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경제대국인 중국이건만, 아직도 국민성은 아Q와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루쉰은 『아Q정전』에서 중국인들이 중화사상에서 벗어나 올바른 현실인식을 찾길 바란 소망을 날카로운 비판에 담은 것이 아니었을까. 오늘날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아Q정전』의 경고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길 바란다.

 

    저  자  루쉰
    책이름  아Q정전
    출판사  지식산업사
    출판일  2004.3.6
    페이지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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