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온정
  • 한정민(사학·3)
  • 승인 2016.03.29 12:31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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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너무 지치고 힘이 들 때
머리맡에 흰 베개를 힘껏 끌어안으며
엄마라는 온기를 입가에 머금은 적 있다
눈을 감은 채 말 없이 온 몸을 내 맡겨야만
곁에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 온기가 숨을 크게 들이마신 나머지
잔뜩 성이 나고 타올라 그만 뒷걸음질을 치기도 했고
언젠가는 세상의 풍파에 나부끼고 흔들려
새파래진 그림자 속에서 덜덜 떨기도 했다

그러나 내 나름의 불을 피워내게 된 지금
꺼뜨리고도 태워버리고도 재만 남기기도 하며 알았다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또 없었음을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세월도, 세상도 빗겨간 그 이름
엄마라는 가슴에 새긴 문신을

 

한정민(사학·3)
한정민(사학·3)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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